[뉴스룸에서-손병호] 새 대통령 맞을 준비를
입력 2012-12-13 18:17
5일 뒤면 대선이다. 벌써부터 누가 당선되면 이민을 가네 마네 하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역대 대선에서도 패배한 쪽의 상실감이 해소되지 못해 극심한 분열을 겪어 왔다. 그러나 분열과 배척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지금부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알고 보면 두 사람도 국가 지도자로서 꽤 괜찮은 덕목을 갖춘 사람들이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 자체만으로 의의가 적지 않다. 특히 여성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부당한 게 많은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여성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다.
박 후보는 보스 기질이 있다. 달리 표현하면 카리스마가 있다.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그녀 앞에서 꼼짝 못한다. 그게 권위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국가 지도자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권 초 눈치 보는 공무원 사회를 빨리 장악할 수 있고, 부처 간 불협화음도 조기에 교통정리할 수 있다.
지도자에게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의사결정의 잦은 번복인데 박 후보는 한번 정한 원칙을 여간해서 바꾸지 않는다. 특히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원칙을 허무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태도가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물론 융통성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박 후보가 사심이 없는 사람이란 평가도 많다. 인정(人情)에 잘 끌려다니지도 않는다. 애국심도 남다르다고 한다. 그녀에게도 구설에 오르는 친인척이 있고 ‘꼴통 보수’로 비치는 일부 측근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만 잘 통제한다면 사심 없는 애국적 태도는 지도자로서는 좋은 덕목이다. 박 후보는 의전에 밝고, 외국어에 능통해 외국 고위 인사들을 만날 때 분위기가 금방 좋아진다고 한다. 외교적 스킨십이 좋다고 외교까지 잘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초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자질이다.
문 후보도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풍부하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서의 3년 근무, 특히 비서실장으로서 국가 중요 의사결정에 관여한 일은 차기 지도자로서는 아주 값진 경험이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는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정책 이해도가 높아 방대한 분야의 국정을 이끌기에 좋은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문 후보는 ‘결’이 다른 사람으로 불린다. 아주 거친 정치인이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품격 있는 말씨와 감정통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친노무현계와는 달리 자극적인 언행으로 적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다만 고집스러운 면모는 노 전 대통령 못지않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의 당선으로 나라가 보복의 악순환에 휩싸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는 이미 그 수준은 뛰어넘은 것 같다. 그는 지난달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으로 돌아가셨는데, 나까지 보복에 나설 순 없지 않느냐.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었다. 무엇보다 정치공방으로 5년이 흐른 참여정부 때와 달리 그는 취임 초부터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혀 국민들로선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렇듯 두 후보는 장점도 많은 리더들이다. ‘새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 게 아니다. 이제 국민 차례다. 수용과 인정, 그리고 박수와 격려를 준비할 때다.
손병호 정치부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