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5개국의 결혼문화 엿보기… 한·중·일·베트남·네팔 국립민속박물관서 ‘혼례전’
입력 2012-12-13 17:44
여성에게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은 혼례일 것이다. 그 기쁜 날,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네팔 등 아시아 5개국은 어떤 풍속을 가졌을까. 흰 웨딩드레스의 서양 문화가 들어오기 전, 아시아국가의 신부들은 한결 같이 한국의 활옷이 그러하듯 붉은 색으로 가장 화사하게 치장했다. 중국은 청첩장도 붉은 색을 썼다.
서울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이 다른 듯 하면서도 서로 닮은 아시아 국가들의 전통적 결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획전 ‘혼례’를 마련했다. 기획전은 내년 2월 11일까지 열린다.
화사한 혼례복과 함께 결혼 전 예물을 주고받는 문화도 같았지만 내용물은 달랐다. 일본에서도 우리의 함처럼 신랑이 9가지 물품을 담아 신부 측에 보내는 ‘유이노(結納)’가 있다. 여기엔 길상을 상징하는 전복(장수), 가다랑어포(신랑의 능력), 말린 오징어(행복), 다시마(자손 번영), 백색 실(백년해로), 부채(번창), 술통(가정 원만), 그리고 반지와 현금봉투를 넣었다. 현금은 기모노의 가장 큰 치장인 오비(허리띠)를 사라는 돈이다. 중국에서는 각종 패물을 받은 신부 측이 신랑 측에 보내는 답례품은 붓 먹 벼루 책이었다. 베트남에선 사랑을 상징하는 쩌우까우라는 과실이 예물함에 꼭 들어간다.
전시는 혼인을 준비하고, 혼례를 올리고, 친지 등에게 새 시작을 알리는 인생 대사가 순서대로 펼쳐지며 각국을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마지막 코너인 ‘여러 나라의 혼례복’에서는 5개국 전통 혼례복에서 웨딩드레스까지 망라했다. 이번 전시는 민속박물관이 5년 전부터 진행 중인 아시아 각국 혼례문화조사 결과를 담았다. 선보인 유물 대부분이 현지에서 바로 수집한 것들이다.
전시의 별미는 첨단 영상과의 결합이다. 안을 볼 수 없던 신방이 그 앞에 서면 갑자기 환해지는 영상은 신방의 재미인 훔쳐보기를 재현했다. 손바닥 터치를 이용해 결혼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미디어 콘텐츠 전시도 흥미롭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