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어머니 사망 다음날부터 2년간 쓴 사모곡
입력 2012-12-13 18:12
애도일기/롤랑 바르트/이순
1977년 10월 25일. 프랑스 비평가 롤랑 바르트(1915∼1980·사진)의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가 사망한다. 슬픔에 빠진 바르트는 다음날부터 1979년 9월 15일까지 2년이나 어머니를 기리는 일기를 써내려간다. “매일 새벽 여섯 시 반이면 어두운 밖으로 지나가는 청소차의 덜컹거리는 소리. 그러면 마음이 놓여서 말하곤 하던 마망(maman): 이제야 밤이 지나갔구나(혼자서, 말할 수 없는 심정으로 밤을 견뎌야 했던 그녀).”(1977년 10월 27일)
바르트가 한 살 때 해군장교였던 아버지가 전사하는 바람에 벵제는 전쟁미망인이 됐다. 그런 만큼 바르트와 어머니의 관계는 특별했다. 1976년 바르트는 61세에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취임하면서 어머니를 모셔와 맨 앞자리에 앉힌 채 취임 강의를 했다. 어머니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단상들을 메모했다. 마치 모든 것을 복원하려는 듯.
장례식 날의 메모도 있다. “파리에서 위르트까지 마망의 시신을 운구한다. (중략) 단단하게 다져진 땅. 비 냄새. 초라한 시골 마을. 문득 다시 찾아드는 생의 충동(부드러운 비의 향기 때문인가), 그날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편안함. 마치 짧게 지나가는 어떤 경련처럼.”(1977년 10월 28일)
1주기 때의 메모는 더욱 절절하다. “위르트, 이 텅 빈 집. 공동묘지, 또 하나의 새로운 무덤. 이 무덤은 그녀에게 너무도 높고 너무도 크다. 마지막에 마망은 그토록 가냘프고 작았었는데, 조여든 가슴은 풀리지 않는다. 나는 완전히 메말라서 마음 속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 일주기의 상징성, 그런 건 내게 없다.”(1978년 10월 25일)
바르트는 1980년 2월 25일에 오랜 친구인 자크 랑의 권유로 당시 프랑스 사회당 당수였던 프랑수아 미테랑이 주재하는 회식에 참석한 뒤 걸어서 집으로 돌아간다. 오후 4시쯤, 소르본 대학 후문의 에콜 가에서 길을 건너던 바르트는 달려오는 작은 트럭에 치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는 가벼웠지만 바르트는 심리적으로 치료를 거부하다 한 달 뒤 결국 어머니를 따라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에게로의 스며듦. 바르트의 후반기 삶은 어머니의 죽음을 하나의 중요한 기호로 받아들인 나날이었다. 김진영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