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박제가 사상’에 담긴 자아성찰의 길… ‘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
입력 2012-12-13 18:36
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임용한 (역사의아침·1만5000원)
“재물은 우물과 같다. 퍼 쓸수록 자꾸 가득 차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비단을 입지 않으므로 나라 안에 비단 짜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사농공상(士農工商) 모두가 가난해져서 서로 도울 길이 없다.”
‘조선의 기인’으로 불리는 18세기 실학자 박제가가 저술한 ‘북학의(北學議)’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비가 생산을 촉진한다는 이 글은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의 주장을 연상시킨다. 서얼이라는 신분적 차별과 고분고분하지 않은 성격 탓에 주류사회에서 따돌림을 받았던 박제가는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적극 수용하고 우리 것을 버려야 한다는 중상주의 개혁을 외쳤다.
저자는 정약용 등 다른 실학자들에 비해 저평가되어온 박제가의 삶에 주목했다. 박제가는 청나라 북경을 연행(燕行)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그는 폐쇄된 조선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지만 변화가 두려운 기득권 세력의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저자는 박제가 사상의 핵심은 ‘외국을 배워야 한다’가 아니라 ‘외국문화에서 배울 것을 찾고, 나를 변화시키는 통찰과 분석의 태도와 방법에 대한 깨달음’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사상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