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지동설 발표가 늦어진 진짜 이유는…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

입력 2012-12-13 18:36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데이바 소벨/웅진지식하우스

16세기 폴란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는 태양중심설(지동설)을 주장해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사람이다. 하지만 지동설을 담은 논문 ‘천구들의 회전에 관하여’는 그의 나이 칠십, 즉 죽음에 임박해서야 발표됐다. 이미 30대에 지동설을 구상하고 원고는 일찌감치 작성했지만 그는 발표를 미적거렸던 것이다. 흔히 종교계 탄압을 두려워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인 미국 대중과학서 작가 데이바 소벨(사진)은 과학사학자가 아니면서도 1차 사료를 파고들어 놀라운 전기를 만들어냈다. 코페르니쿠스의 문제의 저작은 당시 어떤 추기경은 출판을 권했을 정도로 종교계에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정작 두려워한 건 세상의 비웃음이었다. 1400여년 동안 잘 내려온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 중심 우주체계(천동설)를 공개적으로 뒤엎는 것은 대단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무엇이 코페르니쿠스의 마음을 바꾸게 했을까. 저자는 코페르니쿠스의 제자 레티쿠스에 주목하면서 편지와 사료 등을 토대로 레티쿠스가 스승의 마음을 돌리기까지의 뒷얘기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이 책은 ‘경도 이야기’(1995), ‘길릴레오의 딸’(2000) 등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과학대중서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가 12년 만에 들고 나온 신작이다. 저자의 스토리텔링 저력은 이번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로써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 17세기 ‘갈릴레오의 딸’, 18세기 ‘경도 이야기’ 등 신의 과학에서 인간의 과학으로 이어지는 ‘과학사 3종 세트’가 완성된 셈이다. 장석봉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