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억만장자 20명 “상속세율 대폭 올리자”… 프랑스 부자들은 세금 피해 속속 해외로

입력 2012-12-12 19:53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부자증세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 부자들의 상반된 행보가 눈길을 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나라 프랑스에 사는 부자들은 고율의 세금을 피해 속속 해외 도피로 살길을 찾아 총리가 한탄을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반면 미국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세금을 더 올리라는 성명까지 발표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장 마르크 아이로 총리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는 사람들은 가난해질 게 두려운 이들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고 영 일간 텔레그래프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로는 부자들이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되고 싶어서” 프랑스를 떠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총리의 발언은 프랑스 영화계의 거물이자 국민배우인 제라드 드파르디외(63)가 높은 소득세를 피해 벨기에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벨기에와 프랑스 언론 등에 따르면 최근 드파르디외는 프랑스와 가까운 벨기에 네솅 지역에 저택을 구입해 이사했다. 네솅은 프랑스 국경에서 불과 5㎞가량 떨어진 곳이다.

벨기에는 프랑스에 비해 상속세와 소득세가 낮고, 재산에 대한 세금은 매기지 않는다.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대표 장 프랑수아 코페는 10일 “우리 국가와 국가 이미지에 끔찍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프랑스 의회가 연 100만 유로 이상의 돈을 버는 고소득자에 대해 최대 75%의 세율을 부과하는 법안을 가결하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사들의 ‘세금 망명’이 잇따르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은 법안 가결 전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고, 영화배우 크리스티앙 클라비에르는 영국행을 택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다. 프랑스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이 오직 탈세만을 목적으로 나라를 떠난다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아르노 회장의 벨기에행에 빗대 “꺼져라 멍청한 부자놈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반면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등 미국 억만장자 20명이 성명서를 내고 상속세율을 대폭 올려 세수를 확보하자고 주장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들은 상속세 공제액을 1인당 512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로 줄이고, 고소득층 상속세율을 35%에서 45%로 늘려 재정적자를 해소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서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등이 서명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