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총상, 안타까운 사연들… 反정부 시위중 아들 잃은 40대 “살인자 찾아 꼭 법정에 세울 것”
입력 2012-12-12 19:25
시리아 난민들의 가슴에는 큰 구멍이 나 있었다.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국경을 넘다, 난민촌에서 생활하다 자식을 잃거나 다치게 한 부모들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11일 요르단 국경지역 알바에즈 마을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 함마드 샤라이(41)씨는 아들 사마르를 잃었다. 아들은 지난해 4월 22일 시리아 다라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현장에서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받다 일주일 만에 숨졌다. 샤라이씨는 “당시 ‘성난 금요일’ 시위에 참여했던 3만여 시위대 가운데 250여명이 체포됐는데 대부분 살해됐다”며 “사마르는 열네 살로 그들 중 가장 어렸다”고 말했다. 실종 두 달 만에 영안실에서 만난 사마르의 몸에는 총에 맞고 폭행당한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망보고서에도 숨질 때까지 고문당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샤라이씨 부부에게 사마르는 5남4녀 중에서도 특별한 아들이었다. 부인 나왈(43)씨는 “사마르는 어려운 이웃을 보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을 구해줬던 착한 아이였다”며 “우리뿐 아니라 동네 이웃들에게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들 가족은 지난해 8월 국경을 넘었다. 샤라이씨는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시리아에서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며 “남은 아이들을 위해 힘을 내야겠지만, 사마르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의 소원은 아들을 고문해서 죽인 이들을 찾아내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세우는 것이다. 그는 “유엔 관계자들도 사마르 사건을 조사해 갔다”며 “바샤르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는 시리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라마단(46)씨는 국경을 넘다 아들을 잃을 뻔했다. 시리아 홈스에서 제빵사로 일하던 그는 정부군의 폭격으로 집이 파괴되자 지난 6월 탈출을 감행했다. 홈스에서 국경까지는 버스를 이용했지만, 마지막 3㎞를 도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쏜 탄환이 아들 알리(14)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여섯 식구 모두 현장에서 시리아군에 체포됐다. 아내 와스피에(34)씨는 “체포되는 순간, ‘우리 가족의 삶은 이제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알리는 시리아 군병원에서 3일간 치료를 받은 뒤 가족들과 함께 풀려났다. 정부군이면서도 바샤르 정권에 비판적인 군인들을 만난 덕택이었다.
사선을 넘어 요르단으로 왔지만 삶은 녹록지 않았다. 일자리가 없는 그에게는 120디나르(약 15만원)의 월세도 버겁다. 구호단체의 도움이 없으면 여섯 식구는 끼니를 걸러야 한다. 총상 직후 1주일간 청력을 상실하는 등 큰 충격을 받았던 알리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거동이 불편하다.
마프락(요르단)=글·사진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