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학교’ 난립… 지원금 흥청망청

입력 2012-12-12 19:17


교육정책을 시범운영하거나 교육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시·도 교육청이 지원금을 지급해 운영하는 연구학교가 난립하면서 제대로 관리·감독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학교 지원금(2011년 기준 368억원) 사용에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 교육과학기술부 및 시·도 교육청에 연구학교 지원금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권익위가 이날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범적으로 운영돼야 할 연구학교가 과다하게 지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1만2036개 학교 가운데 연구학교는 27%에 달하는 3291개 학교에 달했다. 특히 울산교육청은 연구학교 비중이 절반 이상(50.6%)이었고 이밖에 부산교육청(49%)과 충북교육청(43.1%), 인천교육청(40.8%) 등의 연구학교 비중이 높았다.

연구학교 과다 지정은 교과부와 타 부처의 요청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일선 시·도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지정한 연구학교는 최근 3년간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교과부와 타 부처에서 요청해 선정되는 연구학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그래프 참조). 권익위는 연구학교 수를 줄이는 한편 교육과학기술부가 시·도교육청에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하기 전에 연구과제별, 학교급별 수요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연구학교 지원금의 목적 외 사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1년 기숙형고교 연구학교를 운영한 전남지역 학교는 연구지원금의 54.2%를 회식비로 사용했고, 2011년 생활지도 연구학교를 운영한 경기지역 학교는 지원금으로 교사들이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지원금으로 여행을 간 학교도 있었다. 전북지역 학교는 700만원의 지원금 중 워크숍 명목의 거제도 여행 비용으로 230만원(32.8%)을 집행했다. 충북지역의 한 학교는 제주도에서 연수를 실시하면서 항공료·식비·숙박비 등으로 291만원을 사용했다.

유공교원 승진 가점도 나눠먹기식으로 부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인성교육 연구학교를 운영한 대전지역 학교는 전체 교직원의 98.8%가 유공 가산점을 받았고, 체육교육 연구학교를 운영한 전북지역 학교는 93.8%가 유공 가산점을 받았다.

연구와 관련 없는 물품 구입에도 연구학교 지원금이 다수 사용됐다. 디지털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 노트북컴퓨터,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하는 데 연구비를 쓴 학교들이 적발됐다. 권익위는 교과부 등에게 연구지원금의 목적 외 사용시 제재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