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악재 ‘무풍’… 꿋꿋한 코스피 되레 10P 올라
입력 2012-12-12 19:18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우리 금융시장은 꿋꿋했다. 악재에 흔들리기는커녕 미국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증시가 상승하고 환율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더 이상 ‘북한 악재’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이 과거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을 때도 금융시장은 거의 동요하지 않았다.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경우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치솟았지만 이마저도 며칠 내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0.82포인트(0.55%) 오른 1975.44로 장을 마쳤다. 기관이 순매수를 보이면서 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강한 오름세를 탔다. 오전 9시49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시장의 출렁임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상승 분위기를 주저앉히지 못했다. 외국인은 장 막판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10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나흘째 하락하며 원화 강세를 보였다. 환율은 전날보다 1.70원(0.16%) 내린 107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북한 문제로 금융시장이 출렁여도 곧 회복한다는 ‘학습효과’가 있고 내성도 그만큼 강해졌다”며 “로켓 발사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사망처럼 이후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단발성 재료라 더 영향이 적다”고 말했다.
악재가 닥치면 보통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은 오른다.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거나 현금과 외화를 챙겨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금융시장은 과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예민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처음 발사한 2006년 7월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07포인트 빠지는 데 그쳤다. 다음 날 추가로 15.89포인트 급락했지만 곧장 상승세를 타며 이틀 뒤에는 장거리 로켓 발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946.7원으로 전날보다 3.4원 상승했고, 3거래일 만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2차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2009년 4월 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휴일이라 이튿날 금융시장에 영향을 줬지만 코스피지수는 되레 14.10포인트 올랐다. 환율은 31.5원이나 내렸다. 지난 4월 13일 3차 발사 때는 코스피지수가 22.28포인트 급등했다. 환율은 6.4원 하락했다.
장거리 로켓과 달리 핵실험에는 시장도 움찔했다. 1차 핵실험을 실시한 2006년 10월 9일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나 급락하고 환율은 14.6원이나 뛰었었다. 다만 여파는 오래가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환율은 14거래일 뒤 안정을 되찾았다.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때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증시 관계자는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 문제가 점점 시장에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김찬희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