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절반 직장서 발생

입력 2012-12-12 18:57

초등학교 교장 강모씨는 2010년 12월 교사 20여명과 함께 워크숍을 가는 버스 안에서 미리 준비해 둔 종이를 꺼내 들고 음담패설을 장시간 낭독했다. ‘여자와 무의 공통점’, ‘김삿갓 일화’ 등을 소개하며 성관계를 연상케 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빗댄 표현을 써 교사들에게 성적 굴욕감을 줬다.

한 회사의 대표이사는 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에서 회식을 한 뒤 여직원에게 쇼를 본 소감과 성관계 경험 여부 등을 물었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여직원은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 사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성희롱 진정사건 1209건을 분석한 내용을 담은 ‘성희롱 진정사건 백서’를 12일 발간했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 건수는 219건에 달했다. 2005년 60건, 2006년 108건, 2008년 152건, 2010년 212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올해도 지난 6월까지 119건이나 접수됐다.

성희롱 사건 중 절반은 사업장 내에서 발생했고 성희롱 피해자 4명 중 3명은 20∼3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발생장소는 사업장이 50.3%(644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 회식장소 19.6%(251건), 출장지 3.2%(41건) 순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나이는 20대가 43.9%(418건), 30대 30.7%(292건)로 나타났다.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젊은 여성들이 주로 성희롱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희롱 발생 기관은 기업이 53.6%(618건)로 가장 많았고,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교육기관이 10.7%(123건)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성폭력상담기구를 설치한 국내 대학은 4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인권위가 전국 대학 28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폭력상담센터가 있는 대학은 73곳(26%)에 그쳤다. 성폭력 상담만 전담하는 인원이 있는 대학도 21곳(7.5%)뿐이었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서울대 여성연구소 관계자는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대학 내 상담기구나 상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기관이 유사사례에 대한 처리 경험과 정보를 대학과 공유하고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