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케네스 배氏 억류 확인… 北 ‘동영상’ 트집 잡을땐 석방 험로

입력 2012-12-12 21:25

미 국무부가 11일(현지시간) 케네스 배씨의 북한 억류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협상 내용과 향후 석방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자국민이 억류된 미국은 배씨가 처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국무부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평양에 공관이 없기 때문에 현지 스웨덴 대사관이 북한 내 미국 국민과 관련된 일을 맡고 있다”며 “그러나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무부 대변인이 공식적인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국민의 안전, 사생활 보호 등을 언급함으로써 억류 사실을 확인했다.

정례브리핑 뒤 고위 국무부 당국자와의 만남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조항을 들어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하는 데 대해 논란이 일었다. AP통신 기자는 “개인정보 보호 규정 때문이라면 억류된 배씨에게 ‘당신 억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도 되느냐’고 물어본 적은 있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배씨에 대한 북·미 간 협상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배씨 석방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2∼3주 안에 풀려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배씨와 함께 억류됐던 조선족 가이드가 최근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런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동행한 관광팀이 출국하고 가이드도 석방됐다면 배씨도 조만간 풀려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석방된 조선족 남성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경우 북한 지리와 사정에 밝아 외국인 관광 시 동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씨 일행에게서 압수된 외장하드 속 동영상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대비한 협상카드로 배씨를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북한은 2009년 3월 미국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를 140여일간 억류했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뒤 풀어주는 등 억류 문제를 정치·외교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이 경우 억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워싱턴 소식통은 “로라 링과 유나 리는 여성이고 기자 신분이라는 점 등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며 “배씨의 경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유명인이 아닌 배씨를 협상카드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배씨 일행의 외장하드에 담긴 ‘민감한 내용’이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더 현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외장하드에는 탈북자나 반체제 인사를 처형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내용으로 판단하고 있다. CNN은 “배씨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잘못된 처우를 당하고 있다”며 “개신교 운동에도 관여하고 있는 배씨에 대한 학대는 없다”고 보도했다.

신상목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