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덧칠한 ‘연륜의 色’… ‘色’ 콘서트 여는 ‘더 클래식’의 김광진
입력 2012-12-12 18:35
1994년 발표된 남성 듀오 ‘더 클래식’의 1집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타이틀곡 ‘마법의 성’이 일으킨 반향이 엄청났다. 이 곡은 동화 같은 노랫말과 아름다운 멜로디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음반은 신인가수로는 이례적으로 7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팀의 멤버인 김광진(48) 박용준(43)은 당시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신문 인터뷰에 응했을 때 자주 왜 팀명이 ‘더 클래식’인지 묻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마다 둘은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클래식처럼 오래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고 싶거든요.”
하지만 후속 음반들 반응은 신통찮았다. 오래 사랑받기 이전에 동시대 대중의 관심도 크게 끌지 못 했다. 팀은 97년 사실상 해체됐다. 김광진은 이듬해부터 2008년까지 솔로 음반 4장을 발표했지만 ‘마법의 성’을 뛰어넘긴 힘들었다. 평단의 극찬을 받은 4집(2002년)마저도 판매량은 2만장에 그쳤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더 클래식’과 김광진 솔로 음반에 실린 수많은 곡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동경소녀’ ‘여우야’ ‘편지’ ‘진심’ ‘노는 게 남는 거야’…. 이 노래들은 ‘슈퍼스타K’(Mnet), ‘나는 가수다’(MBC) 등에서 리메이크되며 발표된 지 10여년 만에 되살아났다. ‘더 클래식’ 그리고 김광진이 데뷔 당시 “클래식처럼 오래 사랑받는 노래를 만들겠다”고 밝힌 꿈은 지금 현실이 돼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김광진은 “젊은 친구들이 내 음악을 알게 됐다는 게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신의 축복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옛날엔 아들(14)이랑 딸(12)이 아빠가 음악 한다는 사실을 실감 못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달라졌어요. 제 노래가 인기를 끌고 차트에도 올라가니까 비로소 절 인정해주더라고요(웃음).”
이날 그를 만난 건 14, 15일 여는 연말 콘서트 ‘색(色)’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리는 이 콘서트는 콘셉트부터 이색적이다. 김광진 표현을 빌리자면 ‘노래와 색깔이 어우러지는 공연’. 그는 노래를 부를 때 그 노래와 어울리는 색깔을 조명 등의 무대장치를 활용해 무대에 펼쳐 보일 계획이다.
“색이 주는 느낌에 몰두한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러시아 출신 미국 화가)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 사람의 책도 찾아서 읽고 각종 자료도 구해서 봤죠. 그러다 음악도 하나의 색깔로 표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예를 들어 이별 노래면 빛바랜 회색의 이미지를 무대에 연출할 수 있겠죠. 바다와 관련된 음악이라면 조명 등을 통해 푸른색 계열을 보여줄 수 있고요.”
김광진은 그동안 거의 매년 1회 이상 콘서트를 열어왔다. ‘김광진 콘서트’가 갖는 강점으로 그가 자평한 것은 항상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한다는 것. 이번 공연에서도 기타리스트 함춘호(51), 드러머 신석철(41)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춘다.
“이분들은 지난 20년 동안 음반 녹음이든 공연이든 항상 함께 해온 동료들이에요. 우리나라 최고죠. 공연장을 찾으시면 저희만의 팀워크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최근에 제 노래 실력이 좀 더 좋아졌어요(웃음). 아마 음반보다 라이브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알려졌다시피 그는 실력파 뮤지션인 동시에 금융계에서 이름을 날린 경제 전문가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수료했다.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증까지 있다. 하나경제연구소, 삼성증권, 동부자산운용 등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그는 “무언가 버려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니던 직장을 돌연 그만뒀다.
금융계를 떠나오긴 했지만 경제 분야에 아예 관심을 끊은 것은 아니다. 현재 그는 KBS 해피FM(106.1㎒)에서 ‘시골의사’ 박경철(48)의 뒤를 이어 ‘김광진의 경제 포커스’(월∼토요일 아침 7시)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각종 경제 문제에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뜯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논리의 점프’가 발견된다고나 할까요? 복잡한 현실은 생각지 않고 단순 명쾌한 해법만 내놓죠. 복잡한 현실과 문제의 인과관계를 따져 현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내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