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한 장면·거침없는 노래, 뮤지컬 한계 넘었다… 영화 ‘레미제라블’, 뮤지컬과 어떻게 다른가

입력 2012-12-12 18:34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캣츠’ 등 세계 4대 뮤지컬을 제작한 영국 출신의 ‘뮤지컬 황제’ 캐머런 매킨토시(66)는 제한된 무대장치와 갇힌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군중 코러스에 한계를 느꼈던 것일까. 그가 올해 제작한 영화 ‘레미제라블’은 스펙터클한 장면과 거칠 것 없는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로 뮤지컬이 가진 한계를 뛰어 넘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휴 잭맨).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던 그는 우연히 만난 신부의 손길 아래 구원을 받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정체를 숨기고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지내던 장발장은 비운의 여인 판틴(앤 해서웨이)과 마주치게 된다.

죽음을 앞둔 판틴은 자신의 유일한 희망인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장발장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코제트를 만나기도 전에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가 장발장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오래된 누명으로 다시 체포된 장발장은 코제트를 찾기 위해 탈옥을 감행한다. 그 와중에 프랑스 혁명의 깃발이 솟아오르며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감옥에서 힘든 노동을 하는 죄수들의 합창으로 막이 오르면 장발장과 경감 자베르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만남이 이어진다. ‘엑스맨’으로 스타덤에 오른 휴 잭맨이나 ‘글래디에이터’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러셀 크로가 각각 장발장과 자베르 역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처음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두 배우의 기존 배역에 대한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질긴 악연과 함께 긴장감을 더하게 된다. 두 배우의 노래솜씨도 성악 전공 뮤지컬 배우에 비하면 아쉽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 이전의 뮤지컬 영화들이 스튜디오에서 미리 노래를 녹음한 후 상대 배우와 함께 연기를 펼치며 립싱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레미제라블’은 피아니스트의 반주에 맞춰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했다.

장발장을 위한 스페셜 솔로곡 ‘갑자기(Suddenly)’는 작곡가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와 작사가 알란 보블리가 의기투합해 새롭게 편곡했다. 휴 잭맨의 높고 강한 목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이 곡에 대해 잭맨은 “장발장의 삶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킹스 스피치’로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한 톰 후퍼 감독의 휴머니즘이 빛난다.

19세기 파리의 풍경을 재현한 세트를 오가는 영화는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 된 시민군과 경찰의 대치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무대 전환이 필요 없이 고색창연한 건물의 위아래와 악취 나는 하수구를 자유자재로 누비는 카메라 워크에 관객들은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전편에 흐르는 사랑과 용서, 구원과 희망의 노래도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혁명의 광장에서 시민들이 합창하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배우들이 총출동해 커튼콜 형식으로 부르는 노래가 막힌 마음을 뻥 뚫리게 하는 느낌이다. 158분의 러닝타임이 별로 지루하지 않지만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없고, 자신의 테마곡을 부른 주연들에게 환호와 함께 갈채를 보내지 못하는 점은 영화의 한계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