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왜 쐈나… 김정은 체제 안착·대외 존재감 과시
입력 2012-12-12 18:45
북한이 중국의 만류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방침에도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김정은 체제’ 안착을 위한 내부의 정치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1주기(12월 17일)와 ‘김정은 체제’ 출범(12월 30일) 1년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축포 성격이라는 것이다. 또 주민들에게 ‘2012년 강성대국 완성’의 근거로 보여줄 게 없는 현실에서 로켓 발사 성공을 강성대국 성과로 포장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아버지가 강성대국을 2012년에 이루겠다고 말해놓고 사망했지만 1년이 지나니 김정은은 내놓을 게 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그의 입장에선 남한 대선, 국제사회 제재 같은 것들보다 ‘12월 17일’만 중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핵 개발이라는 아버지 유훈을 자신이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음을 과시해 ‘3대 세습’ 정당화 도구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북한 매체들이 발사 직전까지 발사예고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도 실패할 경우 주민들의 동요를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 북한은 로켓 발사 이후에야 대내용 방송인 조선중앙TV의 ‘특별방송’을 통해 성공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TV는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운반로켓 ‘은하-3’을 통한 ‘광명성-3호 2호기’ 위성 발사가 성공했다”며 “위성은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온 나라에 위대한 김정일 동지에 대한 그리움과 경모의 정이 차 넘치고 있는 시기에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어버이 수령님 탄생 100돌이 되는 2012년에 과학기술위성을 쏴 올린데 대한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빛나게 관철했다”고 했다.
잇따른 지도부 숙청으로 어수선한 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방편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는 30일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 총사령관에 오른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한 시위용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에 북·미 직접 대화를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과 총선을 앞둔 일본, 대선을 코앞에 둔 남한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