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구멍뚫린 대북 정보력… “연장·고장” 北 장단에 춤추다 뒤통수 맞은 韓·美
입력 2012-12-12 21:38
정부가 12일 북한의 기습적인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예측하지 못해 대북 정보력과 정보 판단 능력에 또 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우리 정부의 방심을 유도한 북한의 기만전술에 당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북한이 10∼29일 중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한·미 군사 당국은 11일 오전 북한이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리는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오후 미국이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로켓이 다시 장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전 오후 발사체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지만 한·미 양국은 발사 연기를 시사한 북한 발표에 무게를 두고 수리 작업의 일환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오전 9시51분 북한 로켓 발사가 전격 탐지되자 한·미 양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발사 예고기간을 연장한다’ ‘고장났다’고 연막을 피우면서 정부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북한의 페인트 모션에 속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도 급작스러운 발사를 직전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분명히 집중하고 있던 한·미 정보라인이 어제 오늘 사이에 흐트러졌을 것”이라고 대북 정보력 문제를 시인했다.
한·미 정보 당국이 동창리 발사장을 실시간 들여다보기만 했지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날 발사대 옆 크레인을 치운 건 발사를 위한 마지막 준비였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수리 작업의 일환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은 로켓 가림막을 치우지 않고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가림막을 놔둔 채 쏘리란 예측을 하지 못했다.
1단 로켓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북한 발표도 거짓일 수 있다. 정부는 추진체인 1단 로켓을 수리하려면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조기 발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발사 전후 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이 가림막을 쳐 놓고 1단이 아닌 3단 로켓만 교체한 뒤 발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발사연기 시사, 발사기간 연장, 고장부위 언급 등 북한의 잇따른 ‘친절한 브리핑’이 모두 우리 정부의 긴장감을 늦추려는 연극이었을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1주일 늦어진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기만술을 쓸 줄은 몰랐다”면서 “요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중국, 러시아가 계속 반대하니까 불시에 쏘아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