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겨울, 광야에 선 교회들] (4·끝) ‘새로운 출발’ 세종시 개척교회들
입력 2012-12-12 10:34
‘二重苦’ 속에서 열정으로 새둥지… ‘용감한 목회자들’
세종시는 광야다. 교회를 세워 ‘홀로서기’에 나선 목회자들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때로는 막막한 빈 들판 같은 곳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목회자들에게서는 희망과 열정, 무엇보다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해 보였다.
지난 8일 오전 11시. 정원재(38) 세종중앙교회 목사는 상가 건물 2층의 태권도장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10여명의 어린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 곳이 주일이면 교회로 변합니다. 옥상에 보관해 둔 비품과 집기들을 옮겨서 예배 공간으로 바꾸는 거죠.” 세종중앙교회는 첫 예배를 드린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났다. 매주 평균 출석 교인은 영·유아까지 모두 합해 80여명. 세종시 개척교회들 중에서는 교인 숫자가 꽤 많은 편이다.
현재 세종시 첫마을 단지에는 가정교회 3곳을 포함, 상가교회 등 14개 개척교회가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와 별도로 세종시의 종교부지 48곳 가운데 13곳의 분양도 완료됐다. 이 가운데 7곳이 인근 지역 교회 등 기독교 단체에서 매입을 완료한 상태다. 건축은 2년 뒤부터 가능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첫마을 아파트 7개 단지(총 6520가구)의 입주율은 90.2%(5881가구), 입주민은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단지 내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는 얼마나 될까. 현지 개척교회의 출석교인 통계(10∼30명 정도)를 종합해보면 많아야 400여명이고 적게 잡으면 1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개신교인 비율(약 20%)을 감안할 때 통계적으로 현지 입주민(1만여명) 중 2000명 정도는 기독교인으로 추산된다. 단지 내 교회 출석 신자는 이들의 10분의 1∼2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이 교회 저 교회 다녀보면서 신앙생활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고르는 ‘교회 유람’ 과정일 겁니다.” 현지 목회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밖에 대전이나 공주 등 인근 도시의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종시에 새롭게 둥지를 튼 교회 목회자들의 경력은 다양하다. 부교역자 출신이 가장 많고, 늦깎이 신학도와 해외선교사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한가지다. 영혼 구원. 세종시 같은 신도시 전도의 특징은 새신자보다는 ‘기존성도’들을 모으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향후 새신자들을 전도하고 양육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세종시 목회자들은 무엇보다 입주민 개개인들이 처한 여건과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태영 꿈의교회 목사는 “저희뿐 아니라 이사 온 주민들도 저마다 이곳 생활이 낯설고 힘들다”며 “예배 설교나 상담, 상호 교제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 곳으로 인도하신 특별한 뜻을 발견하도록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입주민들의 가장 큰 특징은 40대 이하가 73.6%에 달한다는 점. 입주민 상당수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현지 목회자들은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일부 목회자 부부는 평일에는 영어나 수학 등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교회로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관계 전도’ 케이스다.
세종시 목회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임대료 수준이 높아 개척을 하러왔다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43㎡(약 13평)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180만원 수준으로 서울 강남 지역과 맞먹는다. 상가교회 난립 우려도 제기된다. 노선버스를 타고 첫 마을 단지를 둘러보니 같은 건물에 교회 팻말이 2곳인 상가가 두 군데나 눈에 띄었다.
현지 목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타 지역 교회들이다. 대전·공주·천안 등 인근 지역 큰 교회들은 평일 100명이 넘는 ‘전도대’를 꾸려 단지 전체를 샅샅이 훑고 간다. 윤은철(49) 세종행복한교회 목사는 “세종시 교회 목사들은 옆 단지 교회에 피해를 줄까봐 단지 경계를 넘어 전도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한다”면서 “새싹같은 세종시 교회들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릴 때까지 타지역 교회들의 원정 전도는 좀 자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