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선거 개입설 조속히 진실 가려야

입력 2012-12-12 19:38

18대 대선을 불과 8일 남겨놓고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설이 불거졌다. 사실이라면 국기문란 행위이며, 사실이 아니라면 무책임한 의혹 제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사안이 중대하고 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11일 국정원 직원이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을 다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선관위는 초동 조사에서 오피스텔 내부를 살펴본 결과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어떤 물증도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재차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사자는 “대선과 관련해 어떤 글도 인터넷에 남긴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국정원도 선거 개입설이 사실무근이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정원 직원이 야당 후보를 비판하는 댓글을 단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원칙에 위배된다. 나아가 민주당의 주장대로 국정원이 이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면 민주질서를 훼손하고 선거 공정성을 침해하는 국기문란 행위에 해당한다. 국정원장의 진퇴는 물론 현 정부의 도덕성 문제까지 걸린 사안이다. 반대로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경우 정치적·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제보에 근거한 의혹 제기라고 하지만 선거전략 차원에서 무책임한 주장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신속히 가리는 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국정원이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사 당국은 공정한 조사를 실시해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 여부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논란만 거듭되는 경우다.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사안이 의혹으로 남은 채 선거가 끝나는 일은 국민의 불행이다. 정치권은 사안을 냉정하게 보고 신중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 민주당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사안을 부풀려서는 안 되며, 새누리당도 역선전에 활용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가뜩이나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네거티브 공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2차 후보 TV토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가방을 내려다보는 사진을 ‘아이패드 커닝’이라고 왜곡한 것은 대표적인 경우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가 잘 풀리라고 1억5000만원짜리 굿을 했다거나 문 후보를 ‘양아치’에 비유한 악의적 비방 등이 사이버 공간에 횡행하고 있다. 혼탁한 선거는 결과가 어찌됐든 정치권 전체의 패배, 국민의 손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