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결함 생트집… 상담사 협박 2억원 뜯어낸 ‘블랙컨슈머’ 구속
입력 2012-12-11 19:16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교환과 환불, 손해배상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뜯어낸 50대 ‘블랙컨슈머’가 구속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1일 글로벌 기업인 A전자를 상대로 최신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등이 고장 났다며 수리를 맡긴 뒤 교환이나 환불, 손해배상을 요구해 2010년 3월부터 지난 9월까지 206차례 총 2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상습 사기 등)로 이모(56)씨를 구속했다. 블랙컨슈머는 보상을 받기 위해 고의로 민원을 제기하는 악성 소비자를 말한다.
이씨는 가족과 지인 명의로 A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22대를 개통한 뒤 번갈아 정지, 해지, 개통을 반복했다. 이씨는 스마트폰이 고장났다며 수차례 수리를 요청한 뒤 “제품을 믿을 수 없어 사용하지 않겠다”며 수리를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찾아가지 않는 수법으로 교환·환불을 받았다.
이씨는 B통신사 콜센터 여성 상담사들의 전화응대 태도를 문제 삼아 자신의 휴대전화 요금을 대납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고객 항의가 회사에 접수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응대에 잘못이 없어도 생트집을 잡아 콜센터 상담사들에게 500여만원을 대납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냉장고 온도가 높다며 새 제품으로 교환받은 뒤 “냉장고 안에 백두산 상황버섯이 있었는데 피해를 봤다”고 억지 주장을 하며 두 차례 1000만원을 뜯어냈다.
이씨는 15년간 장교로 군생활을 하다 육군 대위로 전역한 뒤 여러 사업에 나섰으나 생활이 어렵게 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기업의 응대자별로 트집 잡는 방법까지 매뉴얼로 만들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블랙컨슈머는 2008년 일명 ‘생쥐깡’ 사건을 시작으로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자동차와 전자제품, 휴대전화 등으로 다양해졌다. 기업들도 제품 하자에 대한 회사 이미지를 우려해 대응하지 못하다 최근엔 형사 고발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