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불법 입양 송사 휘말린 한국 아기
입력 2012-12-11 19:16
지난 6월 28일 미국인 D부부는 한국인 영아 한 명을 안고 인천공항을 떠났다. 아기는 생후 18일 된 신생아 K양. 부부는 30대 이모씨가 서명한 친권 포기각서만으로 아기를 ‘입양’했다고 믿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여권 소지자가 한국 여권을 가진 한국인 영아를 데리고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했지만 이상하게 여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기가 한국을 떠나고 6개월 뒤 한국 정부와 D부부 간에 아기의 양육권을 놓고 소송전이 붙었다. 보건복지부는 D부부가 정식 입양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아기를 불법으로 해외로 빼돌렸다며 10일 미국 법원에 양육권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미 일리노이주 법원으로부터 K양에 대한 양육권을 인정받은 D부부는 현재 미 연방법원을 상대로 다시 양육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국 주법원과 연방법원에서 동시에 K양에 대한 양육권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에 D부부의 ‘미심쩍은’ 입양이 알려진 건 비자 때문이었다. 한·미 간 비자면제프로그램에 따라 비자 없이 K양을 데려온 D부부는 미국 도착 후 아기의 비자를 신청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입양과정에 의문을 품고 한국 정부에 ‘입양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물어왔다.
한국 정부는 D부부의 입양이 ‘불법입양’이자 ‘위법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입양절차를 몰라 벌어진 단순 실수라기보다는 일종의 ‘영아 약취 혹은 매매’에 해당하는 범죄라는 것이다. K양이 적용받는 구(舊) 입양특례법상 국외입양은 홀트아동복지회 등 정해진 입양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한 반면, K양은 미혼모 시설에서 친권포기각서만으로 입양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입양을 알선한 미혼모 시설장과 D부부 등을 입양특례법·형법상 미성년약취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소송전의 와중에 아이는 친모에서 D부부, 미 국토안보부를 거쳐 다시 D부부의 손으로 돌아간 상태다. 복지부 이원희 인구아동정책관은 “법률상 친모가 친권을 포기한 상황이어서 서울시가 K양에 대한 후견인 신청을 해놓았다”며 “아이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아동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위탁가정에 가기로 이미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