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배氏 어떻게 되나… 일행 소지품 문제삼아 ‘석연찮은 억류’, 北 노림수 있나

입력 2012-12-11 19:16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4)씨가 지난달 3일 북한에 체포된 이유는 관광객 일행 중 한 명의 짐에서 나온 외장 하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11일 “문제의 외장 하드에 들어 있는 내용이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관광 책임자인 배씨가 이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의 소지품이 발견된 직후 관광팀 전원이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나, 배씨만 억류되고 나머지 관광객들은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북한 당국이 일행의 소지품 때문에 배씨를 한 달 이상 억류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배씨의 소지품이 아닌데도 인솔자라는 이유로 배씨를 억류한 것은 뭔가 사전에 계획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배씨는 최근 2년간 외국인을 모집해 북한 관광 사업을 벌여 왔다. 북한 입장에서는 ‘외화 수입’ 통로여서 표면적으로는 굳이 배씨를 억류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관련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을 예상하고 배씨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년간 북한을 오가며 관광사업을 해온 배씨를 그동안 전혀 문제 삼지 않다 미사일 발사 계획이 가시화된 시점에 그를 체포했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관광객 일행의 외장 하드에 담긴 내용에 따라 배씨 신병처리 문제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평화연구소 김형덕 소장은 “소지품이 북한체제를 위협하거나 북한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북한이 국경관리법이나 민족반역법 등을 적용해 어떻게든 처벌하려 할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의 경우 신병 처리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않아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지품을 갖고 있었던 관광객은 여행 일정을 소화한 뒤 북한을 빠져나왔기 때문에 배씨의 억류가 조만간 풀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배씨는 수용소가 아닌 호텔과 같은 장소에 감금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씨에 대한 대우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내부가 취약하다는 점, 김정은 체제 첫 외국인 억류라는 점에서 북한이 배씨 문제를 다목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의 한인들을 여러 차례 억류한 전례가 있다. 1996년 한국계 미국인인 에번 헌지커가 압록강을 넘어 밀입국했다가 간첩 혐의로 3개월간 억류됐다. 2007년 11월에는 캐나다 국적의 김재열 목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두 달 만에 중국으로 추방됐다. 2009년 3월에는 한국계 여기자 유나 리씨가 탈북자를 취재했다는 이유로 140여일간 억류됐다. 2009년 12월 25일에는 재미동포 북한인권 운동가인 로버트 박씨가 43일간 억류됐고, 2010년 11월에는 전용수 목사가 북한 노동자에게 성경을 돌렸다는 혐의로 체포돼 6개월 만에 석방됐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