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워크맨’,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혁신에 밀려 33년만에 생산 중단

입력 2012-12-11 19:01

혁신의 대명사였던 소니의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이 혁신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1일 미국 IT전문 매체 씨넷과 소니코리아에 따르면 소니는 다음 달 중 현재 남아 있는 3종의 아날로그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1979년 첫 출시 후 33년 만이다.

워크맨(Walkman)은 당초 사전에도 없는 단어로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조어다. 하지만 86년엔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 일반명사로 등재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루 평균 3만6530대꼴로 지금까지 4억대가 넘게 팔렸다. 80∼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때 청소년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워크맨의 몰락은 고음질 휴대용 CD플레이어가 나올 때부터 예고됐다. 애플의 아이팟 등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결정적이었다. MP3까지 스마트폰에 밀려 위태로운 상황에서 워크맨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됐다. 워크맨 단종은 세계 1위의 전자기업이었던 소니 몰락의 상징적인 사건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워크맨뿐만 아니라 CD플레이어에 탑재되는 카세트테이프용 오디오 생산도 순차적으로 중단한다. 다만 브랜드명 ‘워크맨’은 MP3 등 디지털 기반 휴대용 오디오 제품에서 유지된다.

파나소닉·샤프전자 등과 더불어 일본 전자제품을 상징하던 소니는 최근 적자가 누적되며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소니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인 ‘BB-’ 등급으로 강등했다. 현재 소니의 시가총액은 124억 달러 규모로 삼성전자의 10분의 1, 애플의 4% 수준에 불과하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한 37층짜리 건물인 소니타워도 곧 매각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부동산 관계자를 인용, 80만 평방피트 면적의 이 건물이 1평방피트당 80∼100달러 정도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니타워는 84년 통신그룹 AT&T의 사옥으로 지어졌다가 92년에 소니가 사들인 바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