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7] 최대 200만 ‘숨은 표’ 주인은?… 이번에도 힘 발휘할지 주목

입력 2012-12-11 21:45

역대 대통령 선거에는 항상 ‘숨은 표’가 있었다. 숨은 표는 유권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아 생길 수도 있고, 여론조사의 허점이나 기법상 한계로 발생할 수도 있다.

19일 치러지는 18대 대선처럼 박빙의 접전 양상을 보일수록 주목받는 것은 숨은 표다. 이기는 쪽은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숨은 표를 고려해 격차를 더욱 벌리려 하고, 뒤지는 쪽은 숨은 표를 최대한 끌어 모아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숨은 표의 정체는 대선 당일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캠프 관계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초조할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선거를 일주일가량 남겨두고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6% 포인트 뒤지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10% 포인트 가량 우호적인 숨은 표가 있어 이긴다고 했지만 결국 이 후보가 2.3% 포인트 차로 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올해 숨은 표의 규모가 150만∼200만표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년 전 대선처럼 57만표차로 당락이 갈린다면 숨은 표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숨은 표 향배에 따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더 큰 표차로 승리할 수도 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역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숨은 표의 정체를 부동층과 투표율로 보고 있다. 중앙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1일 “역대 대선에서 숨은 표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부동층과 투표율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층이 8∼10%로 줄었는데 이 중 5% 이상은 투표를 안 할 거고 나머지 4∼5%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표가 전부 야당쪽으로 가면 역전되거나 초박빙이 될 것이고 우리가 1∼2% 포인트 가져오면 4∼5% 포인트 차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성향의 숨은 표가 상당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윤호중 전략기획실장은 “현재 여론조사에 숨은 표가 있다고 본다”면서 “특히 20대의 경우 후반이 여론조사에 잘 걸리는데 386세대의 자녀로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20대 초반은 조사에 잘 안 잡힌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되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킨다는 ‘침묵의 나선 이론’이 숨은 표에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문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있지만 박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특히 40대가 여론조사 기관마다 후보 간 우세와 열세가 엇갈리고 있어 이들의 숨은 표심을 잘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손병호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