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北에 40일째 억류… 美, 北과 석방협상 무위

입력 2012-12-11 19:04

한국계 미국인이 한 달 넘게 북한에 억류 중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4)씨는 지난달 3일 나진을 통해 북한에 입국하다 북한 당국에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강행의지를 보이면서 국제사회가 발사계획 철회와 함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조치를 검토 중인 상황에서 불거진 미국인 억류 사건이 북·미 관계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배씨는 관광 목적으로 두만강을 통해 나진에 들어갔으며 보안 검색 도중 일행의 소지품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솔자인 배씨가 억류됐다”며 “배씨는 최근 평양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배씨를 억류한 것은 배씨 일행의 소지품 중에 외장 하드가 있었는데 그 내용물에 북한을 자극하는 민감한 게 들어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배씨는 현재 수용소가 아닌 호텔 같은 곳에 감금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배씨는 2∼3년 전부터 미국인이나 유럽인 등을 모집해 북한 관광을 시켜주는 북한관광 여행사를 운영해 왔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얻은 배씨는 미국에서 관광객을 모아 평양이나 나진을 통해 북한을 드나들었다. 억류 당시 북한 관광에 나섰던 관광팀은 배씨를 포함해 모두 6명으로 4박5일 일정으로 북한에 입국했다. 배씨를 제외한 나머지 관광객은 관광 일정을 마친 뒤 모두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 주재 영사관을 통해 북한 당국과 배씨 석방 문제를 놓고 비공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씨가 억류된 지 40일 가까이 지나도록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점에서 억류가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탈북자 전문 인터넷매체인 유코리아뉴스 김성원 대표는 “‘동까모(동상을 까부수는 모임)’에 대한 북한의 민감한 반응에서 보여지듯 북한은 김정은 체제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한 당국은 외국인 문제를 적절히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