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멈춰섰는데 전력수요 급증… 대책은 ‘블랙아웃’
입력 2012-12-11 21:31
2012년 겨울에만 세번째 ‘관심’ 발령… 전력수급 위기 원인과 대책
11일 올겨울 들어 세 번째 전력수급 관심단계 발령이 내려졌다. 날씨가 춥다고는 하나 경보가 잇따르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중 최대 전력수요는 1990년 1만7252㎿, 2000년 4만1007㎿, 2009년 6만6797㎿로 연평균 5% 이상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발전설비용량은 2만1021㎿, 4만8451㎿, 7만3470㎿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단기적으로는 전체 발전량의 32%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 23기 가운데 4분의 1인 5기가 미검증 부품 사용 등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약 468만㎾의 전력 공급이 끊긴 게 원인으로 꼽힌다. 단기 수요 예측 실패도 전력난을 부른 원인 중 하나다. 미검증 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된 영광원전 5·6호기 재가동이 올 연말에나 가능한 상황에서 이른 한파를 예상하지 못해 전력 다소비건물 실내 온도 준수 의무화, 산업체 강제절전 등 전력 비상대책 시행 시기를 내년 1월 7일로 늦춰놨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매년 5%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노후 발전설비 폐기와 신규 원전 설립 반대 여론으로 발전 용량 추가가 더뎌질 경우 전력난이 구조화될 가능성도 있다. 원전 추가 건설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충이 고려되지만 다른 발전방식보다 훨씬 많은 투자비용이 든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산업 부문에서 전력소비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 고부가가치 산업 재편과 아울러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 에너지 가격 구조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가격을 통한 수요관리가 선진국에선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며 “시간을 세분화해 피크시간 때 산업용 전력요금을 비싸게 받는 방식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력난은 제조업에서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한 탓도 크다. 또 시민들의 전력과소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4도로 사흘 연속 영하 10도를 밑돈 11일 전력거래소는 오전 피크시간대(10∼12시)보다 1시간30분 정도 앞선 8시36분에 전력경보 ‘관심’(300만㎾ 이상 400만㎾ 미만)을 발령했다. 오전 8시23분 순간 예비전력이 450만㎾ 미만으로 내려간 뒤 20분 동안 400만㎾를 회복하지 못해서다. 순간 예비전력은 350만㎾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전력 당국은 수요관리(200만㎾), 구역전기사업자 공급 확대(45만㎾), 전압조정(100만㎾) 등 비상대책을 통해 예비전력 400만㎾를 확보, 가까스로 ‘주의’(200만㎾ 이상 300만㎾ 미만) 경보가 발령되는 것을 막았다. 이후 오전 11시45분부터 전력 사용량이 줄면서 전력수급 경보가 해제됐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