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선냄비 뜨겁게 달군 ‘이름 없는 천사’의 선행

입력 2012-12-11 18:34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구세군 자선냄비에 거액을 쾌척한 익명의 아름다운 기부자가 등장했다. 구세군은 10일 “60대 초반의 남성이 전날 서울 명동 입구의 자선냄비에 1억57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꼭 써 달라”며 모금함에 봉투를 넣고는 택시를 타고 총총히 사라졌다. 27년 만에 강추위가 서울을 강타한 날, 그리고 극심한 경기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한 선행이었다.

구세군은 이 남성이 지난해 12월 명동 자선냄비에 1억1000만원짜리 수표를 기부한 사람과 동일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원 시기와 장소, 편지 내용과 필체가 상당히 비슷하고, 수표가 발행된 은행 지점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구세군 추정이 맞는다면 ‘이름 없는 천사’가 2년째 2억1570만원을 쾌척한 셈이다. 두 사례는 84년째 이어지고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거리 모금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기부가 아닐 수 없다.

이 남성이 남기고 간 편지에는 “평생에 부모님은 이웃에게 정도 많이 주시고 사랑도 주시고 많은 것을 노나(나눠) 주셨읍(습)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평소 부모의 언행이 자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거액을 후원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남성은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마태복음 6장 3∼4절)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했다. 그의 선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전국 300여곳에서 50억원 모금을 목표로 오는 24일까지 운영된다.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나눔 캠페인 목표액은 2670억원으로, 11일 현재 950억5800만원을 모금한 상태다. 두 단체가 목표액을 훨씬 초과하도록 전 국민이 나서서 온정을 베풀어야 할 때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사랑의 기부 행렬에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