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의 진영싸움에 묻힌 교육감 선거

입력 2012-12-11 18:35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일에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묻는 여론조사 결과 아예 응답하지 않거나 “모르겠다”라고 답한 비율이 60%를 넘었을 정도다.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방향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유권자의 무관심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선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도 있지만 후보들의 이념적 편 가르기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보수·진보 진영은 모두 사전조율을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이후 선거전은 극도로 단순해졌다. 양 진영 후보들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사퇴하기 전 논란 속에 추진했던 각종 교육정책을 파기할 것인지 또는 계속 추진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게 전부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교육의 비전과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진영에 근거한 극단적인 찬반논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단일화를 위한 사전조율에 참여하지 않고 출마한 후보들에 대한 사퇴압박은 도를 넘었고, 상대방을 향한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선거가 된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감 선거가 대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 46조에는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관여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후보자는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 또는 추천을 받고 있다고 표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규정도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정파적 이익에 휘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감 후보들은 공공연히 특정 후보와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문용린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빨간색 옷을 입고 지지를 호소하고,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수호 후보는 노란색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선 후보들과 정당 역시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교육감 선거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교육자치라는 원칙이 이미 이념과 정파적 이익에 오염된 것이다.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지금의 교육감 선거가 갑자기 비전과 정책을 경쟁하는 장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유권자들은 공약과 정책을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한다.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찾아보고,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을 정상화시킬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 후보들은 교육감 선거를 대선에 종속시켜 표를 얻으려하고, 이념을 앞세워 편하게 치르겠다는 생각을 지금이라도 버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