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체제 첫 인권개선 시위

입력 2012-12-11 18:31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문화혁명 당시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반혁명분자 우두머리로 몰려 숙청됐던 인사를 면담하기로 해 자신의 정치 개혁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시진핑은 광둥성 시찰 중 철학자이자 화가인 리정톈(李正天·70) 광저우미술학원 교수를 만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리정톈은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1974년 광저우에서 다른 지식인들과 함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와 법치에 관해’라는 대자보를 내붙였다. 이 대자보는 마오쩌둥(毛澤東) 등에게 보내는 것으로 당시 ‘리이저 대자보’로 불렸다. 그가 ‘리이저(李一哲)’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로 인해 투옥되는 운명에 처했고 1978년 광둥성 서기로 있었던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의 도움으로 복권될 수 있었다. 리정톈은 “시진핑은 농촌으로 하방돼 오랜 기간 지냈고 주요한 역사적인 사건들도 겪었기 때문에 그의 아버지처럼 인민들에게 귀를 기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저우에 있는 중산대학 위안웨이스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번 만남은 (시진핑이 추진할) 미래 정치개혁에 아주 긍정적인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베이징에서는 10일 시진핑 체제 출범 뒤 처음으로 인권개선 요구 군중 시위가 열렸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1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수백 명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세계 인권의 날인 이날 베이징 시내 량마차오루(亮馬橋路) 인근 유엔기구 사무실이 밀집한 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일부 참가자는 ‘중국에는 인권이 없다’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다.

베이징 당국은 대규모 공안 인력을 출동시켜 인근 도로를 봉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국이 일명 ‘흑(黑)감옥’으로 불리는 사설 감금시설인 주징좡(久敬莊) 구제센터로 집회 참가자들을 이송하기 위한 대형 버스를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천안문 민주화 운동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王丹)은 “시진핑 총서기가 인권 문제 개선 없이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