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콜롬비아·페루] 치안·의료 체제 ‘한국 열공’

입력 2012-12-11 19:31


경제·문화 한류가 물결친다… 국민일보 기자들 4개국 르포

지난 2일(현지시간)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한국수출입은행 보고타사무소 직원 카밀로 트로야노(37)씨가 얼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로 출근했다. 강도로부터 권총으로 얼굴을 얻어맞아 생긴 상처였다. 이종현 소장은 “콜롬비아에선 가끔 있는 일”이라며 “이곳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스페인어는 ‘진정해, 다 가져가(Calma! Puede tomarlo)’”라고 열악한 치안 상황을 설명했다.

콜롬비아는 한국과 인구가 비슷하지만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 수는 31.4건으로 한국(2.4건)의 13배가 넘는다. 콜롬비아에서는 요즘 ‘한국 경찰 배우기’가 한창이다. 수출입은행과 미주개발은행(IDB)이 기획재정부에서 운영하는 경제발전 경험·지식공유사업(KSP)의 하나로 치안 강화를 위한 공동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보고타의 경찰대학에서 공동 컨설팅단의 ‘콜롬비아 지역경찰제도 및 치안정보시스템 개선사업’ 최종 보고회가 열렸다. 이튿날 KSP와 연계한 지역경찰제도는 좋은 정책에 수여하는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호세 리아뇨 경찰청장은 “콜롬비아의 치안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한국의 선진 기술 도입을 통한 시스템 개선이 필수”라며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한국식 경제발전 경험이 세계 곳곳에서 ‘경제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개발도상국가들은 경제개발계획·경제정책 수립, 국가 재정관리 등은 물론 치안·대중교통·의료 시스템에까지 열광하고 있다.

KSP는 개도국에 ‘단비’ 같은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무상원조와 달리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컨설팅부터 초저금리의 경제협력기금(EDCF) 차관까지 제공한다. 또 KSP는 우리 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한국식 시스템을 심다보니 우리 기업이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수출입은행과 함께 움직이면서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얻는다.

세계 최대의 금광도시인 페루 오로코팜파에서는 원격의료 서비스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로코팜파는 사회 인프라가 열악해 병원이 없다. 환자들은 해발 6000m에 이르는 안데스 산맥을 넘어 인근 도시 아레키파로 가야 한다. 강풍 때문에 헬리콥터를 탈 수 없고, 버스로는 8시간 이상 걸린다. 이렇게 후송되는 환자만 한 달에 200명에 달한다.

지난달 1일 열린 최종 보고회에는 페루 교통통신부 차관과 보건부 관계자 등 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보고타·아레키파=글·사진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