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중국] “삼성과 함께 번영 이루자”

입력 2012-12-11 21:34


경제·문화 한류가 물결친다… 국민일보 기자들 4개국 르포

‘인생에 정이 있어 눈물이 가슴 적시는데(人生有情淚点臆) 강물과 강꽃이 어찌 그 끝을 알리오(江水江花豈終極).’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가 ‘애강두(哀江頭)’에서 서럽게 읊은 구절이다. 그가 도탄에 빠진 당나라를 슬퍼하며 눈물을 떨궜던 곡강은 이제 산업단지에 용수를 대는 저수지가 됐다. 중국 역사의 흥망성쇠를 간직한 고도 시안(西安)이 변모하는 모습이다. 과거 비단길의 중심지에서는 하이테크 제품들이 펼쳐내는 새로운 실크로드가 목격된다.

그중에 시안 가오신(高新·하이테크) 기술산업개발구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떠올랐다. 중국 최초의 국가급 하이테크 단지로 107㎢ 면적에 IBM,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을 포함해 1만6000여개의 기업들이 입주를 마쳤다.

삼성전자도 지난 9월 반도체(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을 착공했다. 1기 사업에만 70억 달러(약 7조5400억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중국 개혁·개방 이후 IT 부문 해외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사가 공동 주관한 한·중 언론교류의 일환으로 지난달 24일 방문한 입주 예정지는 기반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지 주민들은 일자리 창출과 부대시설 확충에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현지 건설회사 소속으로 공사에 참여 중인 왕웨이(王偉·44)씨는 “반도체 공장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공장부지 확보를 위해 현지 주민들이 큰 불만 없이 이주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주변도로는 ‘삼성과 손잡고 함께 번영을 이루자’는 배너가 끝없이 이어졌다. 구호 ‘합작공영’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국제환경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내세운 ‘온중구진(穩中求進)’ 전략의 대표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진쉐펑 시안시 선전부장은 “한·중 양국의 경제협력이 시안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삼성의 입주가 ‘시안속도(西安速度)’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시안의 ‘창해상전(滄海桑田·상전벽해의 중국식 표현)’은 확고한 산·학 클러스터의 기반 위에 지방 정부의 파격적인 유인책이 더해진 결과였다.

시안은 지역 내 100여개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매년 25만명의 IT 전문인력이 배출된다. 인건비는 상하이나 선전의 40% 수준이고, 인력 유동성도 8% 미만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두뇌 유출의 위험성이 낮다.

시안=글·사진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