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차세대 11개국 경제력, EU 27개국 능가”

입력 2012-12-11 21:44


美 NIC가 내다본 2030년 지구촌 모습은

‘미국이 중국에 뒤져 세계 경제의 2위로 내려앉으면서 글로벌 패권은 사라진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세계는 다극화된다. 개인과 국제기관·시민단체의 역할이 커진다. 식량과 물, 에너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 질서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10일(현지시간)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를 통해 전망한 향후 20년의 세계를 좌우할 큰 흐름(mega trend)이다. NIC는 미국 정부 내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등 16개 정보 기관을 총괄하는 기구로, 4년마다 미래 세계 질서를 전망한 보고서를 내고 있다.

◇불안한 신세계=보고서는 2030년에는 아시아가 경제규모, 군사지출, 기술에 대한 투자 등 주요한 지표 모두에서 북미와 유럽을 합친 것보다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의 권력이 얼마나 커질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지속가능하고 혁신에 기반한 경제 모델로 전환하는 데 실패할 경우, 중국은 아시아에서 ‘1등급 국가(top-tier play)’로 남기는 해도 오히려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과 일본,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완만히 쇠퇴하는 반면 콜롬비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등 ‘중간등급 국가’가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자리에서 내려오겠지만 다극화된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국가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NIC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향후 20년 내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 사회적 불평등으로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미국이 과거와 같이 적극 개입하는 ‘세계 경찰’ 역할은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식량·물·에너지 등으로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미국이 지역 갈등을 외면하지는 못하고 중국과 중동, 아프리카 등의 새로운 지역 강자들과 얼마나 잘 협력할 수 있을 것인지가 세계 질서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한반도 전망=한국과 관련해 NIC가 최대 변수로 꼽은 것은 통일이다. 보고서는 “남북한이 통일을 이룰 경우, 통일된 한반도는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통일 한국은 동북아 질서 재편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보고서는 골드만삭스가 한국을 앞으로 경제력이 급성장할 ‘차세대 11개국’의 하나로 꼽은 점을 상기시키면서, 2030년에는 이 나라들이 유럽연합 27개국을 능가하는 글로벌 파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부분 선진국의 부채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0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반면 한국은 미국·호주와 함께 부채를 줄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은 일본과 함께 향후 20년간 로봇 분야에서 앞서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인구가 급격하게 노령화되는 점은 한국 경제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북한은 이란과 함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꼽혔다. 러시아와 파키스탄도 정치적 약점을 상쇄하려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매튜 버로우즈 NIC 고문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동아시아 국가와의 동맹 관계를 무시하고 고립주의로 치달을 경우 일본도 핵무장을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김지방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