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가계부 쓰고 부자 되세요”… 이금주 주부의 ‘가계부 쓰기 노하우’
입력 2012-12-11 18:06
“68평(225㎡) 아파트에서 20평(66㎡) 아파트로 옮겼지만 이것 덕분에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오히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집을 3분의 1보다 더 작게 줄여가는 이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준 것은 무엇일까? 지난 7일 경기도 일산에서 만난 이금주(54)씨는 평범한 노트 한권을 펴 보였다. 깨알 같은 글씨로 수입과 지출을 적은 가계부였다. 이씨는 “10여 년 전, 집만 컸던 게 아니고 승용차도 4대를 굴릴 만큼 흥청망청 살았다”고 했다. 당시 외국계 보험사 지점장이었던 이씨는 “쓰기 위해서 버는 건데 싶어 펑펑 쓰다보니 수입이 많은 데도 늘 적자였고, 그러다보니 매우 쪼들리게 됐다”고 했다. 금융전문가로 보험설계사들의 금융교육을 맡았던 그는 자신의 주머니 속 돈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에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단다.
“가계부를 쓰다보니 한달에 쓸 수 있는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이 쓰고 있었습니다. 항목별 지출을 분석해 필요 없는 지출을 줄여나갔지요.”
그는 가계부를 쓰게 되니 얼마가 들어오고, 어디에 얼마가 나가는지 돈의 흐름이 보이고, 부족한 돈의 규모와 줄일 수 있는 쓰임새를 파악하게 되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게 되더라고 했다. 이씨는 “아마 가계부를 쓰지 않았다면 집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파산했을 것”이라면서 잘 살고 싶다면 새해부터는 꼭 가계부를 써보라고 권했다. 가계부 기록은 제테크의 시작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흡연자들의 금연처럼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바로 가계부 쓰기다.
현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부자 만들기, 행복한 부자 만들기 운동’을 통해 재테크 교육을 하고 있는 이씨의 도움말로 가계부 쓰는 요령과 활용방법 등을 알아본다.
◇쉽고 간단하게=날짜, 내용, 금액만 간단하게 메모한다. 가계부를 꼼꼼하게 항목별로 나눠 쓰려고 하면 쓰기도 싫고, 절대 오래 가지 못한다. 쉽고 간단히 계속 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장을 봤다면 식료품 ○원, 생필품 ○원… 이렇게 쓰지 말고 마트 ○원이라고만 쓴다. 단 그 옆 페이지에 영수증 붙이는 것을 잊지 말 것. 영수증에 세부항목이 자세히 있게 마련이므로.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시장을 주로 이용한다면 메모지에 내역을 적거나 모바일폰에 입력하도록 한다.
요즘 포털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에도 가계부 항목이 있지만, 가계부를 처음 쓰는 사람들이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노트가 편하다.
◇지출 분석은 꼼꼼히=‘가계부를 써도 아무 소용없다’는 이들이 종종 있다. 이는 지출을 분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출 내용을 분석해야 돈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분석할 때 처음 할 일은 기준 일을 잡는 것. 월급이 들어오는 25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26일부터 다음날 25일까지를,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1일부터 31일(또는 30일)까지를 분석하면 된다. 의·식·주, 교통비, 통신비, 교육비, 외식비, 용돈, 기타 등으로 나눠 한 달 동안의 지출을 항목별로 더해 준다. 이렇게 하면 한달의 지출이 얼마인지, 어느 항목에서 많이 나갔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수입에서 지출을 뺐을 때 지금 있는 잔고와 다를 때가 왕왕 있다. 이럴 때 차액만큼을 ‘모름’이라는 별도 항목을 만들어 처리한다. 꼼꼼한 것도 좋지만 지출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끙끙대다 보면 가계부를 쓰기 싫어진다.
◇예산 세우기=지출 분석과 한달의 계획을 바탕으로 예산을 세운다. 예산도 지출과 마찬가지로 항목별로 세운다. 그 달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면 절약할 수 있는 항목을 찾아내 줄이도록 한다. 또, 이번 달에 부모님의 환갑이 있다거나 겨울휴가 계획 등의 특별행사가 있다면 별도 항목을 잡아 예산을 배정해 놓고, 그만큼을 다른 항목에서 줄이도록 예산을 짠다. 장기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잘 파악해서 남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모자라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장기적 예산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자녀를 참여시켜라=온 가족이 가계부를 함께 쓰면 더 없이 좋다. 그것이 어렵다면 지출을 분석하고, 예산을 세울 때만이라도 함께 하도록 한다. 집안 경제사정을 알게 되면 가족 각자 절약하게 된다. 자녀도 초등학생 이상이면 참여시킨다. 어려서부터 절약하고, 저축하는 금융교육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