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아프지만 따뜻한 집창촌 약국이야기 ‘미아리 서신’ 책으로 나왔다
입력 2012-12-11 17:53
미아리 서신/이미선 지음/이마고 데이
“깨끗한 푸름으로 빛나던 제주의 맑은 바다와 하늘이 제 고향 ‘미아리 텍사스’의 하늘과 같은 하늘임을 깨닫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생기를 불어넣으신 분이 바로 하나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속칭 ‘텍사스’로 불리는 서울 미아리 집창촌 골목에서 16년째 ‘건강한 약국’이라는 이름의 약국을 운영해온 이미선 약사의 고백이다. 이 책은 21세기 한국의 ‘사마리아’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서 이 시대의 ‘사마리아인’들과 동고동락해 온 이 약사가 이 땅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38통의 서신을 모은 것이다. 국민일보 ‘이웃’ 면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칼럼 ‘미아리 서신’과 이후의 이야기가 묶어졌다.
어린 시절 미아리의 집창촌 ‘언니’들과 함께 놀았던 그녀는 약사가 된 이후 어두운 고향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에 다시 돌아와 힘겨운 이웃들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주는 ‘약사 이모’가 되었다. ‘건강한 약국’은 빈부귀천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이 거하는 쉼터가 됐다.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그 다함없는 사랑이 저자에게 엿보인다.
저자가 전하는 38개의 이야기는 아프지만 따뜻하다. 노숙인, 독거노인, 성매매 여성 등 소외된 이들이 저자에게 토해낸 절절한 이야기가 눈물겹다. 그들이 살고 있는 하늘은 우리가 사는 하늘과 다르지 않다. 하나님이 결코 구별하거나 버리지 아니하신 그들을 우리가 구별하고 버릴 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간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녀는 평생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던 팔순의 ‘우거지 할머니’와 함께 한글 공부를 시작한다. 수개월이 지난 후 그 할머니는 인생에서 처음 글을 쓴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쓴 첫 번째 글이다.
늘 술 냄새를 풍기며 요란한 옷차림에 진한 화장을 한 ‘반짝이 이모’가 저자에게 말한다. “나도 교회라는 데를 가보고 싶어요. 하나님 만나고 싶다고요. 근데 아무도 나에게 교회 가자고 한 사람이 없었어요. 약사 이모가 나 좀 교회로 데려가 줄래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자신의 이기심과 무심함을 반성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미아리 텍사스’는 알 수 없는, 어딘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와 다름없는 이웃동네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 삶의 터전을 오직 주님 사랑이 통과되는 통로로 삼았던 한 ‘작은 예수’의 다가가는 삶이 아름답다.
이태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