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TV 토론] 朴 “지하경제 활성화” 말실수 李 “6억도 지하경제서 나온 것”

입력 2012-12-11 00:49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10일 두 번째 TV토론에서도 날카롭게 부딪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시종 차분함을 유지했지만 박 후보와의 복지 분야 자유토론에서 짧은 질문을 잇달아 던지며 몰아붙여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부터 “새누리당이 1차 TV토론 뒤 ‘이정희 방지법’을 발의했다. 토론해보고 불리하니까 기회조차 안 주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박정희 스타일, 유신 스타일이다”라고 비판했다. 토론이 시작되기 무섭게 그는 박 후보에게 “지난 8월 7일 새누리당 경선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을 답하지 못했다. 얼마인지 아느냐.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몇 명인지 아느냐”며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이에 박 후보는 “4860원”이라고 답한 뒤 “스무고개 하듯 ‘이걸 상대가 모르면 골탕 먹여야지’하는 건 바람직한 대선 토론이 아니다”고 문제 삼았다.

이 후보는 “새누리당의 재벌개혁은 조폭이 팔뚝에 문신한 격”이라면서 거친 공세를 이어갔다. 논쟁이 최고조에 달한 건 이 후보가 1차 토론에서 나온 ‘전두환 6억원’을 다시 문제 삼으면서다. 이 후보는 박 후보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한테 6억원 받았다고 했는데 증여세는 냈느냐”고 물었고, 박 후보는 “또 같은 질문을 한다. 이 후보는 (대선을) 끝까지 할 생각 없죠? 그러면서 국고보조금 27억원 받는 것은 ‘먹튀법’에 해당한다”고 역공했다.

박 후보가 토론 도중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실수를 하자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에게 받은 돈도 지하경제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꼬았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즉각 ‘지하경제’ ‘이정희 27억’ 등이 실시간 이슈 검색어로 떠올랐다. 토론이 끝난 뒤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가 ‘지하경제 활성화’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건 개발독재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잘못 말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문 후보는 상대 후보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 신사적인 토론 자세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박 후보가 ‘노무현 정부 책임론’을 꺼내들자 단호한 표정으로 ‘이명박 정부 실패의 박 후보 공동책임론’을 내세우며 맞받았다. 문 후보는 “국민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정권은 퇴장시켜야 한다”며 “한번 속지 두번 속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 후보 정책에 대해서는 “너무 이상적이다” “재원 마련 대책은 있느냐”며 선을 그었다.

토론 후 박 후보는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별다른 언급 없이 퇴장했다. 문 후보는 “경제정책, 복지정책, 일자리 정책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며 “재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토론제도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세 번째 토론에도 (똑 같은 말을 반복하기 위해) 같은 수첩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비아냥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