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유품 국내 첫 전시회

입력 2012-12-10 19:20

덕혜옹주는 조선 26대 왕인 고종 황제가 1912년 환갑에 복녕당 귀인 양씨 사이에서 본 고명딸이다. 어찌나 예뻐했던지 고종은 궁중법도를 어기고 아기 옹주를 왕의 처소인 함녕전으로 옮겨 키웠다. 하지만 그녀 나이 7세에 아버지 고종은 승하했고 1925년 13세에 강제로 일본 유학을 떠난 뒤 19세에 일본인과 정략결혼을 해야 했다.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은 덕혜옹주 탄생 100주년, 환국 50주년을 기념해 덕혜옹주의 유품을 국내 처음 선보이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11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열리는 ‘덕혜옹주 특별전’에 나온 유품은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과 규슈국립박물관에서 빌려왔다.

전시는 이국에서 정신병을 앓고 이혼을 했던 그녀가 우여곡절 끝에 1962년 귀국해 1989년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앙증맞은 돌복 당의(唐衣)와 5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까치두루마기 등에서 고종의 고명딸 사랑이 느껴진다. 화려한 대란치마를 입은 덕혜옹주의 사진도 함께 볼 수 있다.

서양식 향수병 등 화장용기도 있어 궁중생활을 엿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 축소해 만든 솥과 뒤주 미니어처다.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어린 시절 소꿉놀이로 갖고 있던 걸 시집갈 때 보낸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했다.

유품은 조선왕실에서 덕혜옹주의 남편이었던 쓰시마(대마도) 귀족 출신의 소 다케유키(宗武志·1908∼1985) 집안에 보낸 혼례품에 들어 있던 것이다. 소 다케유키가 이 복식을 영친왕 부부에게 돌려보냈는데, 영친왕 부부가 당시 일본 문화학원 전신인 문화여자단기대학에 다시 기증하면서 도쿄에 남아 있게 됐다고 한다. 덕혜옹주가 일본생활 중 의지했던 영친왕 부부와 주고받았던 서신도 함께 전시돼 심금을 울린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