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 키웠다”… 디자인 모방 위협 안됐지만 경영 노하우 따라잡아 성공

입력 2012-12-10 18:55
‘삼성전자를 키운 것은 애플이다.’

하버드경영대학 성장·혁신포럼의 제임스 올워스 연구원의 결론이다. 올워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IT전문 블로그 아심코에 기고한 글에서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은 애플에 큰 위협이 아니고 오히려 애플의 경영 노하우를 따라잡은 것이 삼성의 성공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회사에 기여한 것은 ‘아름답고 우아하고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이고, 현재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 기여한 것은 ‘적당한 가격에, 믿을 수 있고, 구입할 수 있고, 수익을 남기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과거에는 잡스의 영역 즉 디자인과 운영체제 같은 부분이 중요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이 부분에서는 차별성이 크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 세계에서 값싼 부품을 조달해 전 세계를 상대로 판매하는 팀 쿡의 영역이 시장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

애플은 이것을 경쟁 업체가 쉽게 모방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삼성은 애플이 진출하지 않은 개발도상국 시장에 먼저 뛰어들면서 빠르게 따라잡았다는 것이 올워스의 분석이다.

최근 대만의 스마트폰업체 HTC가 내놓은 안드로이드폰 ‘원X’는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를 뛰어넘는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삼성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이동통신 회사에 지원하는 방법으로 HTC를 시장에서 압도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삼성은 애플의 다른 하청업체와 달리 독자적인 글로벌 브랜드와 마케팅 노하우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올워스가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마케팅과 글로벌 아웃소싱은 이미 경영대학원의 필수과목이 된 지 오래고, 삼성은 아이폰 이전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경영해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