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학교교육도 외톨이

입력 2012-12-10 18:36


탈북 청소년 40%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등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을 받는 탈북청소년 학교도 극소수여서 남한 생활 첫 출발부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일부는 국내 탈북자가 10월 현재 2만3422명으로 이 중 취학 연령인 6∼20세는 36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10일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 초·중·고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탈북 청소년은 2200명(4월 현재)으로 정규학교에 1990명, 대안학교에 210명이 분포돼 있다. 나머지 1400명은 학교 교육에서 제외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은 일반 학교에 들어가지만 기초학력 부족과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심리적 상처와 소외감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또 북한 말투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등 학교폭력에도 노출돼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에 갈등하다 사기나 절도, 성매매 등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 중인 ‘2012년 탈북 학생 종단연구’에서도 국내 탈북청소년 3%가 학업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관계자는 “정규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들은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학습 단절로 인해 기초학습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북 청소년들을 끌어안을 국내 교육 기관은 극히 적고,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탈북 청소년에게 맞춤 교육을 실시하는 정규학교는 한겨레중고등학교뿐이다.

이 외에는 10여개 대안학교가 있지만 여명학교(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인가여서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2010년 국내에 입국한 대학생 A씨(21·여)는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왕따당하기 일쑤였고 외국어 수업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학교를 그만뒀다”며 “탈북 청소년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B군(19·고3)도 “북한은 군사 복무를 겸한 교육을 하고 있어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북한에서 엘리트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한국 교육을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탈북 청소년 문제는 학교수 부족이 아니라 교육 내용의 빈약”이라며 “대안학교들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면 인가를 해주고, 안정적 지원을 하는 쪽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