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천사 웃음 찾아주는 ‘인술 5년’… 해외 진료 봉사하는 유대현 연세대의대 교수

입력 2012-12-10 18:46


베트남 어린이 트란 반 퉁(3)양은 지난 3일 서울 신촌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서 두개골 확장 수술을 받았다. 퉁양은 두개골이 자라지 않아 뇌조직이 손상되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붙어 버리는 에이퍼트 증후군(Apert syndrome)을 앓고 있었다. 증상이 심할 경우, 베트남에서는 수술 장비와 기술이 부족해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병이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퉁양은 수술 뒤 “한국에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라며 “빨리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병원 관계자가 10일 전했다.

퉁양의 주치의는 유대현(50) 연세대 의대 성형외과 교수다. 유 교수가 에이퍼트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베트남 어린이를 처음 만난 건 2008년 5월이었다. 당시 응우옌 안 뚜안(3)군은 안면 기형이 심해 음식을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숨도 쉬기 힘든 상태였다. 베트남 하노이 소아병원은 의료 기술과 장비 부족으로 뚜안군을 유 교수에게 맡겼다.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상태가 심각한 베트남 에이퍼트 어린이 환자 치료는 유 교수의 몫이 됐다.

문제는 5000만원이 넘는 수술 비용이었다. 지난 4월 유 교수를 찾은 베트남 환자 응우옌 밍 응옥(3)군도 수술 비용이 없었다. 유 교수는 여러 단체에 후원을 요청했고, 결국 보건진흥원 등으로부터 기금 4000만원을 지원받아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4개월 뒤 이뤄진 응옥군의 발가락 분리 수술은 병원 측이 비용을 댔다.

유 교수는 매년 2∼3차례씩 베트남 라오스 몽골 등을 찾고 있다. 해외 진료 봉사는 그가 원주기독병원에서 근무하던 1995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유 교수는 병원 내과 의사들의 방글라데시 진료 봉사에 합류했다. 하지만 내과 의사들이 “성형외과 의사는 미용만 하는 것 아닌가. 치료를 할 수 있을까”라고 유 교수에게 농담을 했다. 오기가 생긴 유 교수는 자비로 치료 도구 등을 구입해 봉사팀에 참여했다. 유 교수는 “의사를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지 환자들이 진료 후 버스까지 찾아와 고맙다고 하던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진료 봉사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기에는 현지 병원과의 마찰도 적지 않았다. 국내 의료진을 불러 놓고도 환자를 보여주지 않는 텃세를 부리는 현지 의사들도 있었고, 한국에서 들고 간 약을 빼앗으려는 병원도 있었다. 유 교수는 “예전에는 ‘왜 비난을 받으면서 봉사를 해야 하나’하는 회의감이 든 적은 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해외 의료진 교육에도 눈을 돌렸다. 현지에서 현지 의사를 양성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유 교수는 2003년부터 국내 성형외과 의사 20여명과 함께 베트남과 라오스의 의사 지망생들을 국내로 초청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매년 6∼7명이 이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40여명의 외국인 의사가 양성됐다. 연세의대 학생부학장인 유 교수는 지난해부터 의대 신입생들을 한 학기에 한 차례씩 복지시설에서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했다. “가슴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만들고 싶다”는 게 이유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