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80원대 깨져… 정부 추가 대책 검토

입력 2012-12-10 18:33


원·달러 환율이 15개월 만에 1080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7일 1085.4원으로 1090원 선이 무너진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규제 방안의 ‘약발’이 먹히지 않자 추가 규제책을 검토하며 외환시장 안정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떨어진 107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07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9일(1077.3원) 이후 처음이다.

최근 환율 하락은 시장에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여전히 강한 데 따른 것이다. 수출업체들은 네고물량(달러화 매도)을 계속 쏟아내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추가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은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우리나라로 몰려들면서 원화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도 달러 초과 공급으로 이어져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정부는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선물환 포지션(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 한도 잔액에 적용하는 기준을 직전 1개월 평균 잔액에서 매일 잔액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달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은 200%에서 150%, 국내은행은 40%에서 30%로 각각 25%씩 낮췄지만 환율 하락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한도 적용 기준을 매일 잔액으로 바꾸면 하루라도 한도를 초과할 경우 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기존처럼 특정일에 대규모 거래를 해도 1개월 평균잔액 한도를 밑돌게 만드는 ‘꼼수’를 부리기 어려워져 거래규모가 일정해지기 때문에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인 적용 시기와 방법은 시장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선물환 포지션 추가 규제는 아직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이어가더라도 환율 하락세를 완전히 꺾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정부의 움직임을 전반적인 규제 흐름으로만 해석하고 있어 선물환 포지션 규제가 당장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를 비롯해 다른 펀더멘털적 요소가 워낙 강세여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환율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