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성 정보 감추고 수익은 뻥튀기… 연말 불성실 공시 기승
입력 2012-12-10 22:25
재무결산을 앞두고 연말에 불성실공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거래처와의 계약 축소, 대출 연체 등 악재성 정보를 뒤늦게 알리거나 수익을 뻥튀기 하다가 적발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뒤 주가가 급락하거나 상장폐지에 이르러 증시 불황에 지친 투자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닥시장본부가 제출한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지정예고 공시는 모두 22건이었다. 9월과 10월에 각각 8건, 10건에 그쳤던 불성실공시가 연말을 앞두고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1거래일에 1건꼴인 7건의 불성실공시 지정·지정예고 공시가 제출돼 있다.
거래소는 불성실공시 급증의 원인으로 결산을 앞둔 주가관리를 꼽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12월 결산 시즌을 앞두고 주가를 ‘관리’하려는 목적에서 불리한 정보를 일부러 뒤늦게 알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이 적발한 불성실공시 유형은 다양하지만 주가 하락 요인을 숨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출 원리금 연체 사실이나 거래처와의 공급계약 해지 사실을 뒤늦게 알린 경우,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실이나 합병비율 변경 등의 사실을 지연 공시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다가 철회하거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바꾸는 ‘공시번복’ 때문에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되는 기업도 상당수였다.
실제로 지난 6일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 휴먼텍코리아는 10월 31일 대출 원리금 연체 사실이 발생했지만 지난달 16일에야 뒤늦게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남해화학은 5월 25일 거래처와 거래가 끊겼지만 지난달 5일 이를 공시했다. 악재성 정보를 5개월 넘게 감추다 투자자들에게 알린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팀스는 3월에 최대주주 변경을 허위·지연 공시했다가 적발돼 지난달 22일 800만원의 공시위반 제재금을 물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이 불성실공시 법인에 지정 또는 지정예고된 기업인지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불성실공시 지정은 기업의 신뢰성 자체에 타격을 주게 돼 결국 투자자들에게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입힌다”며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들을 적발해 이의신청을 받은 뒤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거래소는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한 기업들에 기준에 따라 벌점을 부과한다. 부과 벌점이 5점 이상이면 해당 기업은 지정일 당일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최근 1년간 누계 벌점이 15점을 넘기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