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꿈’ 올림픽 V2 품는다… 공백불구 201.61점 ‘시즌 베스트’

입력 2012-12-10 18:34


이제는 세계선수권대회다.

‘피겨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10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NRW 트로피에서 우승하며 20개월의 긴 공백을 깨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72.27점, 프리스케이팅 129.34점을 합한 총 201.61점을 받으며 개인 통산 네 번째 200점 돌파,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한 최소 기술점수를 얻기 위해 이번 대회에 나선 만큼 김연아의 순위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김연아는 같은 시기에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의 우승자 아사다 마오(22·일본)의 올 시즌 최고점수(196.80)를 넘기는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 부재에 허덕이던 피겨계를 흥분시켰다. 해외 언론은 오랫동안 최고의 흥행카드였던 ‘김연아 대 아사다 마오’ 구도의 부활과 함께 올 시즌 아사다와 함께 나란히 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한 미국의 애슐리 와그너(21)의 3파전을 기대하고 있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 사실상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피겨 여자 싱글 종목은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벌여왔다. 점프 난조 등 슬럼프를 겪던 아사다는 결국 올 시즌부터 자신의 장기이지만 낮은 성공률 때문에 단점이기도 했던 트리플 악셀(3회전반) 점프를 포기한 뒤 안정성을 높이는 작전을 구사했다. 여전히 에지(스케이트 날)의 방향 잘못 등으로 감점을 받는 일이 있지만 예술성이 높아진 덕분에 그랑프리 시리즈 등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부활했다.

또 지난 시즌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더니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와그너도 주목된다. 와그너는 무난한 프로그램 구성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아사다와 정상을 다퉜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를 실수하는 바람에 2위로 밀리긴 했지만 기복 없는 꾸준함은 와그너의 장기다.

하지만 아사다나 와그너가 똑같이 ‘클린 프로그램(실수 없는 연기)’을 하더라도 김연아에겐 적수가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두 사람과 비교해 트리플 컴비네이션 점프 등 기본 기술 점수 구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연기하는 김연아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체력만 좀더 보완하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도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 2연패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편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남겨놓은 것은 내년 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남녀피겨종합선수권대회다. 여기서 우승해야 한국에 주어진 1장의 티켓을 가지게 되는데 사실상 적수가 없는 김연아에겐 요식행위에 가깝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