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냄비도 감동 아주 특별한 孝心曲… 익명의 수표 1억570만원

입력 2012-12-10 18:25


구세군 자선냄비에 익명으로 거액을 쾌척하는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한국구세군에 따르면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난 9일 오후 6시25분쯤 서울 명동 입구의 자선냄비에 1억57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기부했다. 이 노신사는 현장에서 모금을 진행하던 구세군 사관학생에게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꼭 써 달라”고 말하며 모금함에 봉투를 넣고는 황급히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구세군 측이 10일 오전 은행에서 계수할 때 봉투를 열어보니 1억570만원권 수표와 자필편지가 들어 있었다.

‘신월동 주민’이라고만 밝힌 편지에는 “평생 부모님은 이웃에게 정도 많이 주고 사랑도 주고 많은 것을 나눠주셨습니다. 그러나 호강 한번 못하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고인이 되셨습니다.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구세군의 거룩하고 숭고한 숲 속에 띄워 보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구세군은 익명 기부자의 신원을 따로 파악하지는 않지만, 이 노신사가 지난해 12월 4일 명동 자선냄비에도 1억1000만원짜리 수표를 기부한 같은 사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동봉한 편지의 글씨체가 지난해 것과 흡사한 데다 수표가 발행된 은행지점이 동일하고 기부 장소(명동)도 같기 때문이다. 구세군의 추측이 맞는다면 한 ‘이름 없는 천사’가 2년에 걸쳐 2억1570만원을 쾌척한 셈이다. 박만희 구세군 사령관은 “가장 추운 날에 가장 따뜻한 정성을 보내준 후원자의 뜻대로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데 후원금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자선냄비 모금계좌로 1억원의 기부금이 이체됐다. 이것 역시 익명이었다. 구세군 관계자는 “개인 기부금은 많아봐야 수백만원 수준”이라며 “기업이 아닌 개인이 1000만원 이상 고액을 내놓는 일은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2009년 서울 충정로 구세군본부를 찾아와 “아무도 모르게 해 달라”며 1억원을 건넸던 한 노부부는 지난해에도 2억원을 쾌척해 화제가 됐다.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는 오는 24일까지 전국 300여곳에서 운영된다. 목표액은 50억원이며 거리 모금, 찾아가는 자선냄비, 물품 후원, 온라인 모금, ARS(060-700-9390)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모금이 진행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