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 대선 공약집 발표
입력 2012-12-10 19:10
이제라도 공약 중심 홍보·토론으로 선거 정상화해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어제와 그제 하루 차이로 대선 공약집을 내놨다. 공약집은 유권자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선거의 필수요소이자 당선될 경우 국정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청사진을 담은 대국민 약속이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서야 공약집이 나온 것은 유감이지만 투표 전에나마 발표된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박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라는 공약집에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이란 4대 국정지표 아래 20개 분야 201개 공약을 제시했다. 중산층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려 재건한다는 국정지표는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대기업의 불가피한 정리해고 시 해당 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 등은 장기 저성장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눈길을 끈다.
문 후보의 공약집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 국민과의 약속 119’에는 10개 핵심과제별 119개 공약이 담겼다. 문 후보도 정치혁신과 권력개혁, 경제민주화 외에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실업 문제에 대비해 ‘만나바(만들고 나누고 바꾸고)’ 일자리 혁명 등의 정책을 포함시켰다. 대통령이 지휘하는 국가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공약도 담았다. 특히 안철수 전 후보의 공약을 이어받아 ‘북방시장 진출을 통한 1% 추가 성장’ 등 북방경제 119 프로젝트를 제시한 것은 대북 정책 방향과 관련해 주목된다.
두 후보 모두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 것은 과거 대선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박 후보는 10조원 규모의 성장대책을 참모진으로부터 제안받았으나 배제시켰고, 현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구체적 성장률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문 후보도 “119 공약은 반드시 시행된다”고 강조하며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재원은 양측 주장대로라면 박 후보가 131조원, 문 후보는 192조5000억원 규모다. 문 후보 측은 “재정·복지·조세개혁 등 3대 개혁을 통해 새로운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추가적 국가채무나 서민부담 없이도 이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저성장 체제에서 개혁을 통해서만 재원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 남지만 충실하게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두 후보는 늦게나마 공약집을 발표한 만큼 남은 선거전은 정책 중심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선거홍보를 공약집 중심으로 전개하고, TV토론 등 상대 진영과의 논쟁도 공약의 실천 가능성이나 허점,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함으로써 선거전을 정상화해야 한다. 양 후보 진영이 상대 후보의 과거 이력이나 출신을 물고 늘어지는 케케묵은 정쟁에서 벗어나 정책을 놓고 경쟁할 때 국민들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로 옮겨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