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8] 지금은 배신의 계절… YS·DJ계 ‘헤쳐모여’

입력 2012-12-10 22:28

다시 배신의 계절이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화 세력의 양대 계파인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진영으로 ‘헤쳐 모이는’ 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본격화된 ‘DJ계’와 ‘YS(김영삼 전 대통령)계’의 내부 분화가 대선을 계기로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손 들어준 상도동계 핵심=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특보를 지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10일 서울 정동 한 식당에서 문 후보와 만나 지지를 선언했다. 김 의장 외에 문정수 전 부산시장, 최기선 전 인천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 이신범 박희부 전 의원 등 상도동계 인사들이 동참했다.

김 의장은 “15년 전 제 손으로 창당한 새누리당을 떠난다. 역사가 결코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 후보 역시 훌륭한 자질을 갖췄으나 태생적 한계와 자라온 환경, 따르는 이들의 성향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민주화는 후퇴하고 국민통합은 점점 멀어질 것”이라며 “그래도 문 후보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장의 합류는 상도동계 좌장이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반면 상도동계 상당수는 박 후보를 돕고 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김봉조 전 의원 등 민주동지회 일부 인사들은 지난 3일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YS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박 후보 지지 회견을 가진 김우석 전 내무부 장관 등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회원들은 YS의 차남 현철씨와 가깝다.

◇갈라진 동교동계, 박주선 해프닝=동교동계 분화는 한 템포 빨리 시작됐다.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와 김경재 전 의원은 지난 10월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과 기획특보로 합류했다. ‘리틀 DJ’라던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심정으로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자, DJ 비서 출신 김옥두 전 의원은 공개편지를 보내 비판했다.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도 “민주당에는 DJ의 정신과 피와 땀이 흐르고 있다”며 떠나간 인사들이 DJ의 뜻을 거슬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하려다 지지자들에게 ‘억류’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박 의원 측이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박 의원은 한광옥 부위원장 등과 접촉하며 박 후보 지지를 검토했으나 지역구민과 지지자 반발이 거세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화 세력의 분화는 DJ, YS 같은 거물 정치인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동교동계 일부는 박 후보의 ‘영호남 통합’ 화두에 빨려 들어갔고 김덕룡 의장 같은 경우는 민주세력의 동질화, 뿌리를 찾는다는 측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