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우울증

입력 2012-12-10 21:20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내 이 고통을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어?” 우울증을 앓던 한 유명 연예인이 자살 직전에 썼다는 메모의 한 구절이다.

그의 하소연대로 우울증이라는 병은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아주 고통스러운 병이다. 단순히 기분이 우울하다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우울증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우울한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의욕이 저하되고, 만사가 귀찮고, 사는 것도 재미없어지며, 심한 육체적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 외에 수면장애, 식욕부진, 성욕감퇴, 불안, 안절부절, 무기력감, 죄책감, 자기 비하감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지어 자살 의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인들에겐 특히 우울증이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내과, 신경과를 방문하여 각종 신체검사를 받았으나 모든 게 정상인데도 두통, 두근거림, 가슴통증, 소화불량, 변비, 무기력감, 식욕감퇴 등이 지속될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봄직하다.

우울증은 또한 마음의 감기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겪는 정신건강질환이기도 하다. 여성 5명 중 1명, 남성 10명 중 1명이 평생 한번 이상 우울증을 앓는다고 한다. 전 연령층에 걸쳐 발생하지만 최근 들어 청소년들과 노인 계층에서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보통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은 이유는 임신, 월경, 출산 등 생리적인 문제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흔히 사람들은 정신건강질환은 잘 낫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울증의 70∼80%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최근 20년간 부작용은 없고 치료효과도 좋은 항우울제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남의 도움을 받고 낫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다.” 이런 편견은 우울증 치료를 방해한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우울증에 대한 편견들부터 스스로 날려버려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한 친구, 존경하는 사람들, 성직자들, 자기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과 상의해야 한다.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털어놓고, 그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적절한 휴식과 규칙적인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신체 건강이 바로 정신 건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빨리 걷기, 수영, 요가 등의 운동은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 뇌를 맑게 해준다. 음주, 흡연은 우울증을 악화시키므로 삼간다. 또 부와 명예, 자식 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욕심을 버리려는 마음 자세도 중요하다.

우울증의 예방 및 극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정신적으로 힘들어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는 지체 없이 의사를 찾아 상담하자.

조맹제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