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영석] 미디어 선거운동의 문제점
입력 2012-12-10 18:45
“후보자의 경험과 인품, 리더십 등을 알 수 있는 맞짱토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승패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오는 13일 부터는 여론조사 공개도 금지되다 보니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제 후보들 입장에서는 막판 미디어 선거운동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신들의 통제 밖에 있는 일반 기사 영역을 빼고 후보자들의 노력에 따라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영역은 크게 세 분야다.
첫째는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다.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면서 정서적 공감대를 유지하고 공고화시키기에 적합한 매체다. 워낙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고 정보의 확산력이 뛰어나 대형 악재가 생길 경우 그야말로 한 방에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지지층 간 감정적 유대감을 강화시켜줄 뿐 부동층이나 반대편 사람들을 끌어들여 세를 확장시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둘째는 선거광고다. 돈을 지불하고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내용을 원하는 형태로 유권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과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번과 같이 박빙인 상태에서는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광고의 실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광고 내용 때문에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광고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성 감성적 소구(訴求)에 주력한다. 상대에 대한 증오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기존의 지지자들을 결속시킬 수는 있지만 새로운 지지자를 끌어들이지는 못한다. 이런 점에서 상당히 소극적인 수단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네거티브가 지나치게 심할 경우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주의를 부추긴다는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셋째가 선거의 백미로 손꼽히는 후보자 간 TV토론이다. 자신들의 지지층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부동층이나 반대세력을 끌어들여 외연을 확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기획되거나 연출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후보자들의 ‘생얼’을 직접 대면해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가장 유력한 선거운동으로 꼽힐만 하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거의 일치된 견해다.
서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TV토론 결과가 그대로 선거의 성패로 이어진다. 특히 TV정치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1960년 처음 등장한 이래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이 있음에도 TV토론은 미국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한 현재도 마찬가지다.
TV토론의 클라이맥스는 후보들 간에 벌어지는 맞짱토론이다. 산적한 현안 해결 방안을 놓고 서로 치고받는 맞대결이 바로 TV토론의 핵심이다. 후보자 간 정책적 차별성은 물론이고 경험과 식견, 인품, 리더십 스타일까지 자연스럽게 대비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우리의 TV토론은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의 토론회가 있었지만 기존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역할만 했을 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토론회가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기회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생각을 단순히 확인하는 수단에 그치고 있다.
서구에 비해 토론문화가 성숙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이념적 골이 너무 깊게 파여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토론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제도적 결함에 있다. 후보자들 간의 기계적 형평성을 보장하는 것에만 관심을 쓰다 보니 막상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이미 서구 국가들이 수십년간 가장 효율적 선거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TV토론을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구태의 패거리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문화 형성을 위한 제도 개혁이 꼭 이뤄져야 한다.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