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도연] 정신건강 돕는 7가지 방법
입력 2012-12-10 19:08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6명 중 1명(15.6%)은 최근 1년 새 정신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 성인 4명 중 1명(27.6%)은 평생 한 차례 이상 정신질환을 앓는다.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지만 대부분 주위의 차가운 눈초리나 사회적 낙인을 의식해 치료조차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전반에 보이지 않는 경멸적 낙인은 당사자가 정신질환을 회복하는 데 무서운 심리적 장벽을 만들게 된다. 결국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 낙인 때문에 치료받는 것을 회피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문제를 공개할 경우 생길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조롱 대신 조용히, 그리고 혼자서 고통을 감수한다.
가족 중 한 사람, 직장 동료 중 일부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임을 감안하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그들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예전의 밝고 건강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회복 과정에서 필수요소다. 희망을 갖지 못하면 질환은 급속히 나빠진다. 그러므로 정신건강상 위기에 있는 사람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은 희망을 북돋아 주는 것이다.
둘째, 강점 기반 전략이 필요하다. 약점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약점을 개선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좌절을 겪게 할 수 있다. 강점이나 재능, 내재적 가치를 평가하고 치켜세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셋째, 자조그룹을 만들도록 권유하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 이를 독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조그룹이 암과의 싸움에 도움을 주는 것과 같다. 자조그룹 참여는 고독감을 줄이고 질환의 빈도와 심각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사회적 낙인도 극복할 수 있다.
넷째, 회복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정신질환자 자신의 의지로 하도록 해야 한다.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목표들은 자신만의 열망으로 스스로 결정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회복이란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대처 전략을 배우고, 자조그룹을 찾을 때 가능해진다.
다섯째, 정신질환자에 대한 총체적 접근, 일상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회복 대상은 그 사람의 심리상태, 건강한 신체와 정신, 가족 관계, 지역사회 활동을 포함한 개인의 전체 삶을 망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겪는 정신질환 증상의 원인에는 눈에 보이는 이유 말고도 다른 복합적인 것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사람마다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회복과정에 필요한 것은 당사자의 필요, 선호도, 경험, 과거 트라우마, 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감 회복이 필요하며, 다른 사람은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어깨가 필요할 수 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마지막은 사회적 존중이다. 회복에 결정적인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보호하고, 차별이나 낙인을 제거하는 등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진정한 존중은 차별 없는 사회적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며, 당사자를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그 사람의 위축된 심리상태, 사소하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점 능력을 전 사회 구성원들이 인정해 주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김도연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복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