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골목상권서 점유율 줄이는 게 맞다
입력 2012-12-10 19:07
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이 빵 브랜드 뚜레쥬르의 가맹점 확장을 자제하기로 했다. CJ푸드빌은 10일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사회적 여론에 적극 부응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스스로 확장 자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은 주로 자영업 제빵업자들로 구성된 대한제과협회가 요구한 총량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총량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다. CJ푸드빌은 자연적으로 문을 닫는 가맹점 수만큼만 신규 가입을 허용해 가맹점 총수가 늘어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이다.
CJ푸드빌이 대한제과협회의 요구를 뒤늦게나마 수용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 또는 그룹에서 분사한 식품전문업체가 피자, 빵, 순대, 청국장, 커피 등 소상공인들이 하는 업종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해 서민들의 ‘밥줄’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올 초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들이 소상공인 업종까지 해야 하느냐”고 강하게 질타했겠는가.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429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전체 가계의 부채 증가율은 8.9%인 데 비해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율은 16.9%에 달했다. 내수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어 대부분이 운영·생활비를 대출로 메우고 있다. 빚을 내서 점포를 운영하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63년)들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창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면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경제 민주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대기업들의 영업행태는 지양돼야 마땅하다. 지난해 말 현재 파리바게뜨 가맹점이 3090여곳에 달하는 SPC가 그해 8월부터 무리한 확장을 자제한 데 이어 뚜레쥬르 가맹점이 1280여곳인 CJ푸드빌까지 골목 빵집 보호에 나서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CJ푸드빌과 SPC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빵 시장에서 영세상인을 울리지 말고 글로벌 사업 분야를 강화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진출한 나라의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상생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동네 제빵업자나 예비 창업자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업종에서 대기업이 철수하는 것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