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영숙 (9) 은혜받은 제자훈련… 교회 유치반 1년새 50배 성장
입력 2012-12-10 17:59
하나님 아버지의 계획은 정확하고 완벽했다. 숭의여대 1학년 때는 장학생으로 입학해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고 2학년 때는 학생회장이 되어 등록금을 면제 받았다. 당시에는 학생회를 학도호국단이라고 불렀는데 학교 일을 맡아보면서 더 깊숙이 캠퍼스 사역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그로 인해 더 큰 비전을 품었다.
그건 유아교육 교수가 되는 거였다. 유아교육의 길을 사명으로 여길 수 있는 교사들을 가르치고 키워낼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숭의여대에서 나는 대학생들을 위한 제자훈련도 이끌었다. 신입생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시작한 것이 급기야 120명이 넘는 성경공부반이 됐고 기독학생회 산하 ‘숭의Joy’를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성경공부를 가르치면서 만난 후배들 중 몇 명은 지금까지 나와 함께 아름다운 동역을 하고 있다. 1986년 ‘밀알유치원’ 설립 당시 초대 교사들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30년째 동역자가 되어 좋은나무성품학교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김옥경, 류광성, 윤현숙, 이승은. 숭의여대 시절 나와 성경공부를 하며 같은 꿈을 꿔온 귀한 일꾼들이다. 이들은 현재 새밀알유치원, 잠실밀알유치원, 영통밀알유치원의 원장과 원감으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80년 2월 졸업과 동시에 나는 숭의여대 부설유치원에 교사로 취업했다. 그리고 밤에는 성결교신학대학 기독교교육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계속했다. 인간적인 상황으로 보면 나는 결코 공부할 형편이 못됐다. 하지만 그 시절 학비와 용돈까지 집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다. 기적처럼 채워주시는 하늘의 공급을 맛본 귀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 아버지를 의지하며 인생을 걸어가는 담대함을 더 깊이 배워나갔다. 그래서 가난 속에서도 나의 얼굴은 늘 평안하고 기뻤다.
나는 역경을 통해 주의 음성을 듣는 훈련을 하게 됐고, 사람들에게 생명을 가르치고 낳는 방법, 평강의 복이 어디서 오는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기쁨’의 성품을 묵상하게 됐다. 좋은나무성품학교에선 기쁨을 이렇게 정의한다. 기쁨이란 어려운 상황이나 형편 속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는 태도다.
즉 마음의 소원을 이루는 것이 나의 상황이나 형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이뤄주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삶의 어떠한 고통이 와도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며 그분의 뜻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리로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시 37:4∼6)
낮에는 유치원 교사로, 밤에는 학생으로 주경야독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교회학교를 경험하고 개선점을 제출하라는 과제가 기독교교육학과 학생들에게 주어졌다. 나는 당시 이동원(현 지구촌교회 원로) 목사님이 시무하시던 서울침례교회 교회학교를 관찰하기로 했다. 유치반이 따로 없던 차에 초등학교 1학년 형들을 따라온 3명의 동생들을 대상으로 유치반을 처음 만들었다.
그렇게 3명으로 시작한 그 반이 1년 만에 150명으로 늘어 유치부가 탄생했다. 10명의 교사들도 함께했다. 나는 12가지 교육목표를 세워 한 달에 한 주제씩 정해 설교 및 찬양율동, 특별활동을 통합해 유치부를 이끌었다. 매달 교육 계획안을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나눠 줬다. 정기적으로 교사교육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부모교육도 실시했다. 이런 모습을 눈여겨보던 이 목사님이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유치부 교육전도사로 덜컥 발령을 내셨다. 분명 사역자는 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목사님을 찾아가 “전도사가 될 생각은 없다”며 극구 사양했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