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새싹들 배곯아선 안돼”… 월급 일부 떼내 기부
입력 2012-12-10 18:03
제주시 한경면 모 중학교 2학년 이용석(가명·15)군은 요즘 학교생활이 매우 즐겁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이군은 돈 때문에 그동안 학원은커녕 방과후수업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제주 농협인들이 이군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군은 9일 “열심히 공부해 은혜에 꼭 보답할 것”이라며 “요즘처럼 자신감이 생기고 성적이 오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주농협이 주축이 돼 벌이는 ‘행복나눔 운동’은 작은 민들레 포자가 바람에 날려 샛노란 민들레 밭을 만드는 것처럼 어려운 이웃들과 상생하며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시작됐다.
12월 현재 나눔 운동에 참여하는 인원은 농협 직원 1800여명, 농축산인 170여명에 이른다. 2006년 소규모 기부조직으로 발족한 모임이 이제 회원만 2000여명에 이르는 큰 조직으로 발전했다.
지원대상은 대부분 결식아동이나 소년소녀가장에 집중되고 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협인들인 만큼 학생들의 배를 곯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행복나눔 운동이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제주농협의 도움을 받은 소년소녀가장은 1500여명. 지원금액도 3억8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농협의 기부운동은 매월 월급 중 일정액을 떼어내 모은 성금이 재원이다. 지난해에만 2억4700만원을 모으는 등 2006년 이후 9억2000만원을 제주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회공헌활동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농협은 소년소녀가장들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집을 고쳐주는 노력봉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이 사는 집을 찾아 창틀을 바꿔주거나 부엌 개선, 벽면 도색, 도배, 형광등 교체, 가재도구 지원 등 다양한 ‘러브하우스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4가구에 이어 올해도 3가구의 집을 고쳐주었다.
소년소녀가장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지원하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는 농협 여성조직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농가주부모임, 고향주부모임, 축협부녀회, 가족봉사단에다 이주여성들까지 동참해 정성껏 김장김치를 담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제주농협은 이밖에 2006년부터 제주시 도남동 소재 비닐하우스 1653㎡를 임대해 임직원들이 주말을 활용, 직접 꽃을 재배하는 ‘아름다운 제주 만들기 꽃재배 무료분양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역아동센터 등 사회복지시설과 특수학교 50여곳에 8만 본의 꽃을 제공했다.
강석률 제주농협지역본부장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필수요소가 됐다”며 “행복나눔 운동이 다양한 지역상생 활동의 모범사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영역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