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텅텅 배곯는 서민 늘어만 가는데… 기부·후원 뚝 생계형 범죄 쑥
입력 2012-12-09 18:40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복지시설에 대한 후원이 눈에 띄게 줄고,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는 늘고 있다.
연탄 후원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탄은행이 9일까지 확보한 연탄 물량은 100만장 정도다. 지난해 12월 초까지 확보했던 300만장의 3분의 1 수준이다. 연탄은행은 내년 4월까지 전국 2만5000가구에 연탄 350만장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지원 대상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기업 기부가 70% 이상을 차지했었는데 올해는 ‘사정이 어렵다’며 기부를 중단한 기업이 많다”며 “노숙인 시설 등에서 지원 요구가 쇄도하고 있지만 후원은 거의 없어 걱정”이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서울 자양동 자양종합사회복지관 역시 후원금이나 기부 물품이 눈에 띄게 줄었다. 차진영 노인복지조직팀장은 “경기 사정이 좋았을 때는 방한용품이나 쌀, 김치 등 기부품이 많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당시의 20∼30% 수준”이라며 “주변 상인들에게 기부를 권하지만 ‘사정이 어렵다’는 답변만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지역의 한 아동복지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후원금뿐 아니라 과자나 과일 등 물품 후원도 크게 줄었다. 교사 윤모(30·여)씨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는 게 중요한데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름값을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아이들이 오기 전에는 보일러를 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개봉동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은 정기 후원을 중단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이달에만 4명이 후원을 끊었다고 밝혔다.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주부 이모(55)씨는 대형마트에서 조미료를 훔치다 적발됐다. 이씨는 종이컵 상자 안에 들어 있던 종이컵을 비우고 16만원 상당의 조미료 8봉지를 넣은 뒤 종이컵 가격 1만2000원만 계산하고 나오려다 보안요원에게 붙잡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가 없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폐지를 주워 근근이 살아가는 장모(71) 할머니가 서울 방화동의 한 떡집에서 9만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훔쳐 입건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부 절도 발생 건수는 3101건으로 2006년 1700건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입건된 절도 사범 11만1390명 중 7만225명(63%)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